최근 들어 팬택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스마트폰 출고가 인하를 놓고 방통위는 '단통법'으로 인한 효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 말이 맞는 것일까요?
우선 출고가 인하가 얼마나 이뤄졌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과연 이러한 출고가 인하를 통해서 혜택을 얻었다고 볼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하는 것이죠.
베가 아이언2와 베가 팝업노트 등의 가격이 내려간 것은 맞지만 이것은 분명 정부가 주장하듯 '단통법' 때문이 아닌, 기업의 생존과 관련된 문제인 것입니다.
단통법의 의미도 모르는 정부
정부는 단통법으로 인해서 시장 질서를 바로잡겠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방법이 묘합니다. 단통법으로 누구나 동일한 혜택으로 스마트폰을 구매하게 되면 자연스레 가격이 내려간다는 것이죠. 과연 정말일까요?
우선 단통법의 탄생 과정을 보자면 미래창조과학부가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에게 의뢰를 한 결과 시작되어서 10월 1일부터 시행중인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 단통법의 취지를 보니 무언가 이상합니다.
'단통법은 고가 요금제와 연계한 보조금의 차등 지급을 금지하며, 통신사와 제조사 장려금을 일정 금액 이상으로 지급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것'을 핵심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애초에 논제는 '고가 요금제'에 달려있는 것이지 '스마트폰 출고가'가 아닌 것입니다.
물론, 현재로서는 통신사와 제조사간의 관계는 뗄레야 뗄 수가 없기 때문에 이를 같은 테두리로 봐야 한다고 말할지는 몰라도 고가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조삼모사처럼 고객을 유인하고 속이는 '편법' 판매를 제재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제조사에게만 향하는 화살, 통신사 요금제는 왜 방관하나? ▼
생존을 위한 팬택의 선택
[네이버 지식백과]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한경 경제용어사전,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 )
그렇다면 팬택은 도대체 왜 이런 선택을 한 것일까요? 나름대로 스펙도 괜찮고 디자인도 좋은 폰을 30만원대로 내놓은 것 말입니다. 출고가를 절반이나 인하한 것인데, 그 배경을 보자면 팬택의 존폐가 걸려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봄 시행된 통신사 영업정지로 인해서 팬택은 사상 최악의 생존 문제에 부딪혔습니다. 삼성과 엘지를 제외한 제3자에 불과한 팬택의 스마트폰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영업정지는 '통신사'의 잘못으로 '방통위'가 내린 처벌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통신사 때리기에 애꿎은 팬택만 피해를 입은 것입니다. 물론 삼성과 엘지도 타격을 입기는 했지만 거의 모든 수익을 국내 판매에 의지하고 있는 팬택으로서는 회사의 존폐가 걸린 문제일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더구나 이번 출고가 인하는 팬택의 해외 기업으로의 인수를 앞둔 시점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결국 팬택은 살기 위해서 출고가 인하라는 마지막 수를 내놓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지 단통법으로 인한 '선순환'의 효과는 절대 아니라는 것입니다.
팬택은 생존을 위해 출고가 인하라는 초강수를 택한 것일 뿐입니다 ▼
갤럭시 노트4도 30만원대가 가능할까?
그렇다면, 백 번 양보해서 정부와 방통위의 주장대로 단통법으로 인해서 시장이 질서를 되찾아 간다고 보더라도, 갤럭시S5 혹은 갤럭시 노트4도 30만원대로 출고가를 인하할 수는 있을까요? 애플의 아이폰6는 어떠하구요.
어쩌면 '불가능'일 것입니다. 결국 한국 소비자들은 전세계 모든 소비자들이 비슷한 권리로 구매할 수 있는 최신 스마트폰 대신, 중국 기업과 경쟁하는 30만원대 중저가 스마트폰만 바라봐야 하는 것입니다.
단통법의 본질은 잘못된 '시장 구조'를 바로잡는 것이지 무작정 제조사의 '제 살 깎아먹기' 식의 출고가 인하를 논한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합니다. 방통위의 논리대로라면 삼성도 스스로 위기를 느끼게 되면 출고가를 인하한다는 것인데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해외 시장이 더 큰 삼성이 국내 시장만을 바라보고는 해외 판매가격의 절반 가격으로 판매할리는 결코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경쟁력'을 위해서는 출고가 인하가 아니라 잘못된 통신 요금을 잡아야 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방통위는 게속 딴소리만 하는 것입니다.
애플이 국내 시장만을 위해서 출고가를 인하할리는 없습니다 ▼
삼성을 휘청거리게 만든 '저가 폰'
출고가 인하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삼성을 휘청거리게 만든 요인 가운데 대부분이 다름아닌 영업이익이 낮은 '중 저가폰'때문임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삼성은 플래그십 모델의 인기 부재 속에서 중저가폰이 인기를 얻었지만 결국 반에 반토막이 난 영업이익으로 어닝쇼크를 당하고 말았다는 것이죠.
반면 애플은 주가가 하루가 멀다하고 뛰고 있습니다. 아이폰은 가격을 내리는 대신 반대로 더 비싼 가격을 받으면서도 전세계에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출고가 인하를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인기는 반대로 치솟고 있는 것입니다.
만일 출고가 인하만을 바라본다면 '새로운 기술'과 '혁신'은 더이상 삼성에게서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중저가폰을 계속 내놓거나, 그저 다른 회사와 비슷한 스펙의 폰을 만들어서 삼성의 브랜드를 달고는 출고가 인하로 시장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저가폰은 분명 필요하고 없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러나 삼성과 엘지와 같은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중저가폰이 아닌 진짜 가치있는 '고부가가치'를 가진 플래그십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고, 제 값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삼성을 휘청거리게 만든 저가폰도 이제는 중국 시장이 휩쓸고 있습니다 ▼
요금 인하는 죽어도 안하는 통신사
최근 통신사에서 '위약금'이 없는 진짜 요금제라면서 내놓은 묘안을 보자면 진정한 조삼모사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단통법 이후 제조사의 출고가는 절반까지 내려가기도 했지만, 통신사의 요금은 단 1원도 내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통신사는 요금을 내리는 대신, 기존에 잘못된 '조삼모사'요금제를 손봐서 겉으로 볼때 요금이 내려간것처럼 '포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존에 62요금제라는 이름으로 판매하던 요금제에서 제공하던 16,000원이라는 요금 할인을 미리 뺀 56요금제를 내놓은 식인 것입니다.
결국 소비자들은 혜택이 같은데 가격이 내렸다고 착각할지 모르지만, 결국 조삼모사일 뿐입니다. 물론 언제 해지하더라도 요금할인에 대한 위약금이 없어졌다는 장점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결국 단통법으로 인해서 새롭게 생긴 위약금4가 있기에 통신사는 마음 놓고 요금제를 개편한 것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단통법 이후 통신사는 단 1원도 요금을 인하하지 않았으며, 그동안 잘못된 관행으로 유지해오던 조삼모사 요금제를 손봐서 '할인 한 척'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잘못된 통신 시장을 바로잡으려는 정부의 잘못된 해결책 ▼
단통법의 잘못된 방향성
단통법이 올바로 자리를 잡으려면 애초에 요금제를 향해 화살을 겨눴어야 합니다. 조삼모사와 같은 할인 정책을 꼬집었어야 했고, 통화와 문자, 데이터로 분리된 요금제를 손봤어야 했습니다.
분리된 요금제로 인해서 어떤 소비자는 데이터는 다 쓰지 못해서 남더라도 전화를 더 많이 사용하면 요금이 더 부과되는 방식으로 손해를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통신사는 휴대폰 판매에 대해서 대당 최대 70만원 전후의 지원금을 대리점에 지불하고 있습니다. 이것만 보더라도 통신사가 얼마나 많은 폭리를 취하는지를 알 수 있을텐데도 정부와 방통위는 그저 '대리점'만을 징계의 대상으로 삼고 있으니 황당할 뿐입니다.
눈물의 출고가 인하를 자신들의 공으로 돌리는 치사한 방통위 ▼
출고가 인하는 당연, 요금 인하가 진짜 '단통법의 효과'
출고가 인하는 당연한 수순이고, 시장 3위 기업이라면 너무나도 당연한 '전략'일 뿐입니다. 더구나 중국 기업들이 가격으로 치고 올라오는 가운데, 브랜드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이라면 가장 먼저 가격을 인하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시장 논리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오히려 단통법이 향해야 하는 화살은 앞서 언급했듯, 요금 인하를 향해야 합니다. 왜 제조사의 출고가 인하만을 놓고 방통위가 들들 볶는지 모르겠습니다. 통신사는 이전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올리면서 연일 최고 주가를 갱신하는데 말이죠.
통신사를 제재하기 위한 영업정지로 애꿎은 팬택이 무너졌습니다. 그런데 방통위는 병 주고 약 주듯 출고가 인하가 자신들의 '성과'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제 또 누가 피해 대상이 되어야 할까요? 이미 온국민이 피해 대상이 된 지금도 정부와 방통위는 여전히 출고가 인하가 단통법 효과라는 거짓된 주장만 할 뿐입니다.
요금 인하는 분명 이번 정부의 '정책'이었습니다. 자, 이제 결과를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늦었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진짜 요금 인하를 통해서 온국민의 가계부담을 낮추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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