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프로 2의 등장. 아트PC 펄스.
사실, 애플이 맥 프로를 새롭게 내놓을 때부터 디자인적으로 호평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각종 패러디의 희생양이 되었고 화롯불부터 쓰레기통과 닮았다는 평가까지, 대중의 비난과 관심을 한몸에 받은 것이다.
그러나 맥 프로는 컴퓨터 디자인의 혁신적인 변화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는데, 이유는 단연 내부 설계부터 완전히 뜯어 고치면서 기존의 네모난, 혹은 흉내만 내는 원통형의 PC를 완전히 넘어서는 새로운 제품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원형으로 만들 때의 장점을 고루 조합하며 최대한 공간을 절약하는 디자인으로 기존의 네모난 맥 프로와 경쟁하면서 등장한 새로운 맥 프로는 성능면에서도 놀라움을 줬고, 크리에이티브를 전업으로 하는 분들에게는 어떠한 로망같은 제품으로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삼성이 내놓은 아트PC 펄스는 조금 난해하다. 마치 맥 프로에 스피커를 얹어 놓은 것만 같은 디자인으로 스스로 맥 프로 2가 되려는 것인지는 몰라도, 누가 보더라도 ‘나 맥 프로 2세대에요’라고 말하는 듯한 디자인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이 내놓은 아트PC 펄스는?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아트PC 펄스는 ‘모듈형 PC’ 제품이다. 내부가 아닌 외부를 중심으로 모듈을 추가해서 하드디스크 용량을 키우거나 고음질 하만 카돈 스피커 시스템을 컴퓨터에 더할 수 있는 것.
물론 이러한 모듈형 디자인과 함께 기존에 하만 카돈이 추구하던 스피커 디자인을 생각해보자면 원형 디자인인 것 자체는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원형으로 깔끔함을 추구하며 동시에 무지향성 스피커를 통해 전방향으로 사운드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아트PC 펄스는 ‘모듈형 PC’ 제품이다. 내부가 아닌 외부를 중심으로 모듈을 추가해서 하드디스크 용량을 키우거나 고음질 하만 카돈 스피커 시스템을 컴퓨터에 더할 수 있는 것.
물론 이러한 모듈형 디자인과 함께 기존에 하만 카돈이 추구하던 스피커 디자인을 생각해보자면 원형 디자인인 것 자체는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원형으로 깔끔함을 추구하며 동시에 무지향성 스피커를 통해 전방향으로 사운드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제원은 6세대 코어 i5 및 i7 가운데 선택이 가능하며 램 역시 8기가와 16기가, 그래픽 카드는 라데온 RX460으로 약간의 아쉬움을 주고 있지만 저장 장치 역시 256기가 SSD 혹은 여기에 더해 1테라 하드를 더할 수도 있다. 당연히 모듈 방식으로.
무게는 3.9KG으로 묵직한 편이지만 가격으로 보자면 이 제품은 하만 카돈 스피커 시스템을 더했음에도 일반 대중을 위한 제품임을 알 수 있다. 일반형이 1199달러, 고급형이 1599달러로서 전체적으로 보자면 일반 대중이 메인 데스크탑으로 사용하라고 내놓은 모델로 보인다.
보자마자 떠오르는 ‘그 분’
그런데, 놀랍게도 나만 이런 생각을 한 것은 아닌가 보다. 아트PC 펄스는 보는 순간 맥 프로가 떠오른다는 평이 많았다. 특히나 후면의 포트 디자인이나 삼성 로고의 위치를 보자면 그냥 맥 프로 2라고 해도 될 정도의 쌍둥이와 같은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물론, 오늘 하려는 이야기는 이러한 디자인이 애플만의 것이라거나 애플이 또 특허를 내서 원통형 디자인의 사용을 못하게 막았기 때문이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냥 대중들이 느끼기에, 이 제품을 어떻게 바라보며 어떠한 생각을 할까 하는 점이다.
우선, 컬러가 일치한다. 다양한 컬러 선택지가 없는 맥 프로와 동일하게 아트PC 펄스 역시 검은색의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물론 유광이 아닌 무광이지만 전체적인 이미지가 닮아 있다. 결국 검은 컬러, 원통형 디자인, 후면의 포트 디자인, 로고 위치 등등 전반적인 아이덴티티가 맥 프로와 흡사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삼성은 애플이 떠오르지 않도록 디자인을 수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음에도, 그러니까 원형 디자인에서도 삼성만의 아름다움을 더할 수 있음에도 이처럼 맥 프로가 떠오르게 한다는 것 자체는 분명 스스로의 가치를 낮추는 일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원통형 디자인은 다들 비슷하다?
하지만 HP가 B&O와 함께 내놓은 원통형 디자인은 ‘전혀’ 맥 프로가 떠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더 친근하고, 집에서 일반 대중이 사용하기에 부담이 없는 디자인을 갖추고 있는데, 굳이 설명을 하지 않는다면 제법 성능이 좋은 스피커라고 할 정도의 디자인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재질감이 다르고, 디자인의 형태가 원통형이지만 자세히 보면 세모난 모양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굳이 맥 프로가 떠오르지도 않고, 무엇보다도 전면 하단부의 B&O 로고는 오히려 이 제품이 오디오에 특화가 되었음을 얌전히 드러내고 있기까지 했다.
차분하고 안정감 있는 재질과 색감을 통해 일반 가정집이나, 혹은 사무실에서도 잘 어울릴 것 같은 디자인을 갖추고 있는 이러한 HP의 원통형 디자인은 모두 맥 프로와 닮을 수밖에 없다는 편견을 깨부술지 모른다.
또한 acer가 내놓은 모듈형 PC를 보자면 네모난 디자인에 마치 도시락 통을 쌓는 것처럼 겹겹히 쌓아서 원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디자인적으로 아름답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모듈 방식이라고 해서 무조건 원형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애플’이 떠오른다는 것
삼성이 티저 영상으로 선보인 아트PC 펄스의 차별점은 중앙 부분의 컬러 LED를 통해 상황에 따라 다른 컬러를 보여준다는 것이고, 하만 카돈의 훌륭한 스피커 시스템을 활용해서 고음질을 들려준다는 것이었다.
또한 기존의 PC를 벗어난 새로운 사용 환경을 갖추도록 해주려는 의도 또한 가지고 있었는데, 문제는 그러한 모든 ‘좋은’ 의도를 ‘디자인’이 깎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 삼성 개발자들은 이 제품을 개발하면서 떠오르는 제품이 없었을까?
무엇보다 삼성은 애플과 디자인 특허 소송이 진행중이며 스마트폰에서, 특히나 디자인과 관련해서 비판적인 시선을 받고 있음을 모르는 것일까? 결국 삼성은 스스로가 마이너스가 되는 길을 선택하고 말았다. 스스로 최고라고 말하면서도 스스로 맥 프로에 미치지 못하는 기기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맥 프로는 분명 프로페셔널을 위한 제품이다. 옵션을 변경할 경우 1,000만원은 가볍게 넘어서는 초고성능의 PC이기 때문. 그러나 아트PC 펄스는 100만원대 제품으로 준 프리미엄급의 시장을 노리고 출시가 된 제품이다.
결국 기술적으로도 큰 차별점 없이, 스피커 또한 하만 카돈을 빌려쓴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아트PC 펄스는 스스로가 먼저 맥 프로가 떠오르지 않는 독창적인 디자인을 내놓았어야 했음에도 그렇게 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
해외에서는 어떻게 바라볼까?
한 번 생각해보자. 중국인들이 자국 기업인 샤오미와 화웨이가 애플이나 삼성을 베끼는 것을 좋게만 바라볼까?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는 분들이라면 그리 좋게만 보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가졌어도 디자인을 훔친다는 것은 스스로 자존심을 내려놓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밖에서 보는 샤오미와 화웨이의 ‘디자인 훔치기’는 어떠할까? 한국은 제 3자의 입장이라 조금은 다르겠지만, 미국 사람들이라면 애플 제품을 따라하는 샤오미나 화웨이, 중국 기업들이 결코 달가울리 없다.
아트PC 펄스 역시 그렇다. 한국 내에서는 ‘왜 이렇게 할까, 부끄럽다’라는 정도의 의견이 특히나 미국 시장에서라면 ‘역시 삼성, 애플 디자인을 훔쳤다’면서 더욱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는 것이다. 결국 해외에서 바라보는 삼성의 이미지만 더욱 나빠질 뿐이다.
삼성이 이 제품으로 PC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려 한 것처럼 보이지도 않고, 이 제품에 올인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늘 그렇듯 수많은 제품군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그렇다면 더욱 독창적이고 나름의 멋이 있는 제품이 될 수는 없었을까?
디자인은 사소한 곳에서부터 시작된다. 아주 작은 요소 하나하나가 모여서 전체적인 이미지를 만들고 하나의 디자인을 완성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트PC 펄스는 명백히 맥 프로를 그대로 벤치마킹하고 베꼈음에는 틀림이 없다. 스스로 맥 프로 2가 되려는 것처럼.
이제 사람들은 아트PC 펄스에 담긴 기술에는 관심이 없을지 모른다. 그저 맥 프로를 따라한 삼성 제품이라고만 생각할지 모를 이번 아트PC 펄스를 보면서, 모듈형 디자인이나 고음질 기술들이 묻힌 것은 아닐까 하는 괜한 아쉬움마저 들었다. - MACGUY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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