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들 이어폰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곳은 얼마나 될까? 대다수의 번들 이어폰은 커피를 시켰을 때 끼워주는 빨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취급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절대다수의 기업은 액세서리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지 못하며, 구색 맞추기용으로만 액세서리를 제공했었다.
하지만 애플은 아주 오래전부터 포장 디자인, 서체 디자인, 액세서리의 배치와 그것을 오픈할 때의 느낌까지 고려하며 제품을 설계하고 다듬었다.
결과, 애플 제품을 개봉한다는 것은 하나의 경험을 의미했고, 당연하게도 그러한 경험은 소비자에게 있어서 애플 제품은 특별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데 아주 큰 역할을 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제 별도로 판매되는 액세서리를 고민해보자.
이 역시 마찬가지다. 애플이 언제나 정답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절대다수의 제조사들은 별도의 액세서리를 내놓더라도 제대로 된 마케팅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애플이 내놓았던 서드파티 제품들은 아이패드2를 위한 스마트 커버를 비롯해, 애플 펜슬이나 스마트 키보드까지도 모두 개별적인 영상 제작과 이미지 전달을 위해 별도의 페이지를 만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에어팟은 단순히 액세서리로 그치는 제품은 아니기에 더욱 신경을 쓰는 것도 당연하겠지만, 바로 여기에 애플 제품과 애플 액세서리가 특별해지는 이유가 숨어 있다.
에어팟이 처음 공개되고 시장에 판매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부정적인 평가가 대부분을 차지했었지만, 지금은 초소형 블루투스 이어폰 시장 뿐만 아니라 일반 블루투스 이어폰 시장까지도 엄청난 파급력을 불러오며 무선 이어폰 시장 전체에 기폭제 역할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무엇이 에어팟을 특별하게 만든 것일까?
아이폰7, 에어팟을 만나 산책을 떠나다.
애플은 에어팟 단 하나만을 위한 광고를 기획했다. 이미 별도의 웹페이지도 존재하지만, 보다 시각/청각적 효과를 더하기 위해서 별도의 영상을 제작한 것이다.
제목은 ‘산책’으로, 이름만 들어도 벌써부터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이 광고를 통해 애플은 음악에 몸을 맡긴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증명했다.
애플은 에어팟 단 하나만을 위한 광고를 기획했다. 이미 별도의 웹페이지도 존재하지만, 보다 시각/청각적 효과를 더하기 위해서 별도의 영상을 제작한 것이다.
제목은 ‘산책’으로, 이름만 들어도 벌써부터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이 광고를 통해 애플은 음악에 몸을 맡긴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증명했다.
도심의 소음이 가득한 곳으로 누군가가 아이폰7과 에어팟을 꺼내 보인다. 기능을 설명하는 유일한 부분이다. 에어팟의 충전 케이스를 열면 자동으로 아이폰에 배터리 정보가 나타나는 것을 아주 짧지만 강렬하게 설명했고, 유기적인 연동이라는 점 역시 제대로 어필했다.
그리고는 에어팟을 귀에 꽂았다.
세상과의 단절, 아니 새로운 세상과의 연결을 뜻하는 에어팟은 도심 속을 나만의 스테이지로 만들어 놓았다.
처음 빠져들게 만든 부분은 일순간 ‘슬로우 모션’으로 음악을 감상하는 주인공의 표정에 있었고, 발끝이 음에 따라 물 흐르듯 움직일 때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었다.
이제는 음악을 감상한다는 표현 보다는 빠져든다는 표현이 더 알맞을 것 같다. 그리고는 매우 익숙한 카메라 기법으로 음악에 몸을 맡기며 춤을 추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역시 춤의 효과 덕분인지는 몰라도 매우 부드럽게 음악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표정과 몸짓, 손끝과 발끝을 모두 활용해서 음악에 흠뻑 취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경험하고 싶은 색다른 느낌을 전달해줬고, 이러한 흐름은 모자를 벽에 붙이는 것으로 새롭게 뒤집어졌다.
모자를 붙이고는 이내,
그 벽을 스테이지로 만들어서 매우 가볍게, 정말 가볍게 춤을 추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는 벽이든 기둥이든 어디든 상관 없이 음악에 몸을 맡기며 진정한 ‘가벼움’을 전달했다. 에어팟의 이미지가 일순간 ‘가벼움’과 매칭이 되는 순간이다.
에어팟, 세상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담다.
이제 CF의 중반부로 흘러가면서 다소 지루해질 수 있는 장면들을 전혀 다른 카메라 기법으로 완전히 몰입하게 만들어 놓았다.
이를테면, 자동차의 옆에서 춤을 추거나,
자동차의 옆에서 춤을 추며 바닥과 등을 맞대는 동작, 벽에서 춤을 추면서 아래를 보고 위를 보고, 위로 완전히 사라지는 모습 등으로 지루할 수 있는 장면들을 전혀 지루하지 않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이제, CF는 절정으로 치닫게 된다.
바로 수많은 조명 아래서 춤을 추며 자연스럽게 앞으로 이동하다가 카메라는 이제 완전히 땅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180도 뒤집힌 시각으로 장면을 담아낸 것이다. 마치 하늘이라는 바다에 빠질 것처럼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하며 에어팟이라는 존재쯤은 잠시 잊어도 좋다는 듯한 풍경을 보여준다. 이것이 정말 에어팟 광고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그러나 다시금, 이야기는 에어팟으로 돌아온다. 광고가 끝날 즈음, 다시 정상적으로(?) 길 위를 걸어가는 주인공이 누군가가 부른 듯 에어팟을 귀에서 빼고는 뒤를 돌아보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세상 속으로 돌아온 듯한 느낌을 전달했다.
도심 속의 소음이 들려온 것이다. 물론, 광고 기법에 의한 장면이기에 속으로 피식하기는 했지만, 분명 놀라웠고 에어팟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가 더해졌음은 부정할 수 없었다.
에어팟은 세상을 전혀 다른 곳으로 만들어 놓았고, 음악에 따라서 세상의 모든 곳을 스테이지로 만들면서 빠져들게 만들었다. 놀라운 촬영 기법과 다양한 장치들을 통해, 기술적으로도 훌륭한 전달을 해내면서 동시에 에어팟이 추구하는 것을 정확히 선보인 것이다.
에어팟은 가볍다.
그리고 행동이 자유롭다.
음질도 무난하다.
분명 차음성은 CF만큼 높지 않지만 음을 높이면 충분히 음악에 빠질 정도다. 그러나 애플은 단 하나의 CF를 통해 에어팟을 독립된 제품으로 만들어 놓았다.
에어팟을 구매하고 싶게 만드는 CF 한편.
놀라운 사실은 그 사이 1분이 지나갔다는 것이다. 1분은 짧다면 짧지만 분명 길다면 긴 시간이다. 당연히 1분 동안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지도 못하게 만든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애플은 언제나 그렇듯 그 일을 훌륭하게 해냈고, 에어팟 자체를 독립된 제품처럼 놀랍게 표현해냈다.
다분히 감성적인 접근이다.
누군가는 애플이 감성, 감성 한다며 비아냥거릴지 몰라도 감성은 억지로 표현할 수 없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억지 눈물도, 억지 웃음도 감성을 이끌어내지는 못한다.
그저, 있는 그대로 제품이 지닌 장점을 녹여내어 궁극적으로 어떻게 즐길 수 있으며 어떠한 만족을 할 수 있고, 경험을 할 수 있는지를 가감 없이 극대화시켜서 표현하는 것. 그것이면 충분하다.
분명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에어팟은 분명 놀랍게 균형이 잡힌 사운드와 간편한 사용방식을 지니고 있지만, 차음성은 광고에서만큼 뛰어나지 않다. 옆에서 부르면 바로 고개를 돌릴 수 있을 정도로.
CF는 음악에 빠져드는 주인공의 느낌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나름의 장치로서 차음성을 활용하고 음악만 들려준 것일지는 몰라도, 분명 차음성에 관해서 만큼은 과도하다 싶기는 했다.
그럼에도 에어팟을 사용하고 있는 입장에서 바라본 CF는 선을 넘지 않았다. 실제 경험하고 있고 생각하고 있던 점들을 정리해서 한편의 CF로 내놓은 것처럼 느껴졌고, 에어팟을 가지고 산책을 떠난다면 더욱 가벼운 발걸음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어쩌면, 애플이 에어팟 하나에 들이는 이러한 노력을 통해 애플은 제품 하나도 대충 만들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도 모르는 사이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 MACGUY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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