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엄청나게 많은 프렌즈를 데리고 우리 곁에 다가온 G5는 그 많던 친구들을 모두 소개시켜주지도 않고는 올해에 돌연 혼자 컴백을 했다.
마치 9인조 그룹으로 데뷔했다가 모두 탈퇴하고 혼자서 다시 데뷔를 한 것만 같은 G6의 등장은 분명 반갑기도 했지만 아쉬움이 남은 부분도 많이 있었다.
우선, 스마트폰은 여전히 혼자서는 완성에 이르지 못한다는 점에서 그랬다.
스마트폰이 여전히 혼자 하지 못하는 것이라면 이어폰이나 스피커와 같은 외부 연결 장치가 있고, 케이스가 있으며 보호 필름도 있고, 태생적인 렌즈의 한계 및 사용 환경상의 제약으로 경험하기 힘든 360 카메라 혹은 VR이나 AR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그러나 엘지는 올해 오직 G6 하나만을 위해 모든 것을 투자했다는 듯 혼자서 돌아왔다.
지난해 그렇게 많이 내놓았던 친구는 G6를 처음 설정하면서 설치하게 되는 ‘프렌즈’ 앱을 제외하고는 하나도 남지 않게 된 것이다.
반면 삼성은 다른 길을 택했다.
물론, 삼성도 지난해 많은 친구들과 함께 갤럭시S7 및 갤럭시노트7을 선보이기는 했지만, 올해는 정말 역대급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친구들을 데리고 돌아온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점에서 지난해의 G5와 올해의 갤럭시S8을 구분짓게 만든 것일까?
G5가 보여준 프렌즈, 그리고 G6의 홀로서기
엘지는 지난해 G5를 모듈폰으로 내놓으면서 스마트폰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였다.
이를테면, 레고를 조립하듯 그리고 자동차의 부품을 조립하듯 원하는 모듈을 맞춰서 넣으면 추가 기능을 활용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엘지는 지난해 G5를 모듈폰으로 내놓으면서 스마트폰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였다.
이를테면, 레고를 조립하듯 그리고 자동차의 부품을 조립하듯 원하는 모듈을 맞춰서 넣으면 추가 기능을 활용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이러한 컨셉은 그동안 소프트웨어의 영역으로만 생각되었던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것이라며 기대감이 상당했고, 당연히 초기 판매 및 반응에 있어서 디자인적 변화만 선보인 것 같은 갤럭시S7 시리즈 대비 더 긍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고 본 G5의 프렌즈들은 G5만의 친구도 아니었고, 또한 가장 강조했던 모듈은 단 하나의 모듈도 추가로 내놓지 않을 정도로 생태계 형성에 실패하면서 친구들마저 각개전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말았다.
캠플러스는 서랍 속에서 좀처럼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고, 하이파이 플러스는 유일한 모듈이 되었으며 그마저도 V20 대비 부족한 음질이라는 평가를 받아야만 했다.
톤플러스는 왜 굳이 G5만의 프렌즈라고 말하는지 정체성을 찾기 힘들었고 다른 프렌즈들 역시 비슷했다. 결국 엘지는 너무나도 빠르게 잘못을 인정했고, 다음을 기대하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등장한 G6는 그 많던 친구들을 버리고는 혼자 돌아온 것이다.
G6의 홀로서기는 분명 성공한 부면도 많이 있었다.
V 시리즈만의 장점인 밀스펙을 물려받으며 G6 역시 튼튼한 폰의 대명사가 되었고, 하이파이 쿼드 댁을 G 시리즈 최초로 탑재하는가 하면, 18:9 풀비전 디스플레이 및 세계 최초 돌비 비전과 HDR10을 동시에 지원하는 폰이기도 했다. 디자인 역시 과감하게 일체형을 선택하며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는 상황.
엘지가 원했던 G6의 홀로서기는 그렇게 성공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아니, 성공해야만 했다. 그러나 시장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말았다. 비슷한 컨셉을 지닌 갤럭시S8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갤럭시S8에 가치를 더해줄 친구들
삼성은 갤럭시S8을 충분히 홀로서기가 가능할 정도로 만들어 놓았고, 놀라운 슬로건까지 내걸었다. ‘완성이자, 새로운 시작’이라는 매우 짧은 슬로건으로 기대감을 높인 것이다.
이미 이러한 기대감은 지난해 갤럭시노트7이 나왔을 때부터 들려왔었다. ‘노트7이 이렇게 완성도가 높으면 갤럭시S8은 S펜도 없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하고 기대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노트7의 디자인적 완성도는 100%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었고 기술적인 진일보를 불과 6개월만에 선보였다는 놀라움도 선사했었다.
그러나 그 사이, 갤럭시S8은 전혀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18.5:9 인피니티 디스플레이로 더욱 길어진 화면을 비롯해 마치 [ ]를 형상화한 것처럼 보이는 상하단 베젤을 완벽한 대칭 비율로 만들며 디자인적 완성도를 높였고, 후면 디자인 역시 깔끔한 정리를 위해 지문 인식 센서를 카메라 옆에 배치하기도 했다.
물론, 이 선택에 대해서는 정답이라고 보기는 힘든 부분도 있었다. 사용성의 측면에서 보자면 다분히 불편하다는 평가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갤럭시S8만 놓고 보자면
현존하는 최고 사양의 스마트폰이면서 가장 진일보한 디스플레이의 탑재, 더욱 아름다워진 올웨이즈 온 디스플레이, 좌우 대칭이 완벽한 스마트폰이라고 불리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삼성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그 다음으로 고민하는 것들을 깊이 있게 들어가서 고민한 것이다. 당연히 케이스가 필요할 것이고, 또한 거치대가 필요할지 모른다. 그래서 삼성은 다양한 스타일과 재질을 적용한 케이스를 내놓았고, 키보드 케이스를 비롯해 거치형 케이스, 속이 보이는 투명창을 채택한 케이스 등 다양한 선택지를 선보였다.
뿐만 아니라 ‘덱스’라 불리는 갤럭시S8 전용 독을 선보이며 컴퓨터 정도의 성능을 품은 스마트폰을 실제 컴퓨터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물론 과거 모토로라를 비롯해 많은 제조사에서 비슷한 컨셉의 제품을 내놓았지만, 당시로서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발열이나 성능상의 문제로 인해서 시장에서 사장되었다면, 현재의 덱스는 전혀 다른 만족도를 주며 기대감을 높이는 상황이 되었다.
여기에 지난해 출시했던 기어 360을 다듬은 2세대를 내놓았고, 기어 VR 역시 별도의 컨트롤러를 더하며 놀라운 변신을 선보였다. 엘지가 지난해 선보인 VR이나 360 시리즈를 올해에는 모두 보류한 것과 달리 삼성은 어떻게 더 완성도를 높이고 쓰임새를 찾을까를 고민한 결과 올해에도 수많은 친구들을 데려올 수 있었던 것이다.
마케팅으로 결론이 난 G6와 갤럭시S8
그러나 가장 중요한 한 방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엘지는 G6를 갤럭시S8보다 먼저 출시하며 G6가 가진 아킬레스건을 반전시키기 위해서 엄청난 사전 예약 이벤트를 내놓았고, 삼성 역시 노트7 발화 사건을 뒤집기 위해서 제품의 완성도 뿐만 아니라 마케팅까지 세심하게 신경쓰는 모습을 보여줬다.
엘지 역시 제법 괜찮은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그 방향성은 아이러니하게도 ‘유선 고음질’을 추구하는 G6와는 달리, 무선 고음질을 내세운 톤플러스 아니면 G6와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모를 키보드와 마우스를 증정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커피 한 잔을 하라는 것인지는 몰라도 커피 머신 중 하나를 증정하는 기묘한 마케팅을 내세웠다.
물론, 사은품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사은품이 G6와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를 이해하기 힘들게 만든 것이다.
더구나 예약 판매 이후 마이너스 곡선을 보여준 판매량을 반등시키기 위해서 그보다 더 큰 이벤트를 4월달에 진행하는 자충수를 두고 말았다. 4월 구매자들 가운데 1,000명에게는 LG 워치 스포츠를 증정하는 등 더욱 큰 이벤트를 내놓은 것이다. 결국 엘지의 마케팅은 G6에게 있어서 득이 아닌 독이 되고 말았다.
반면 삼성은 기대감을 높인 덱스를 사은품으로 증정하며, 사은품 자체가 갤럭시S8의 가치를 높여줄 뿐 아니라 객단가를 높이는 좋은 역할을 하도록 만들었다.
즉, 유일한 6GB 모델이면서 용량도 더 큰 128기가 모델인 갤럭시S8 플러스 128기가 모델을 115만원이라는 비싼 가격으로 내놓으면서도 가격으로 인한 비난을 받지 않은 이유가 바로 16만원에 이르는 덱스를 증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스펙이 더 높은 갤럭시S8 플러스 128기가 모델을 선택하게 만들었고, 덱스의 사용자층까지 더 넓히도록 만든 것이다. 이외에도 클리어 케이스와 보호필름을 증정하고, 액정 파손 50% 지원 및 삼성 멤버스 1년 연장 등 수많은 알짜 혜택까지 모아주면서 초반 흥행에 불을 지핀 상황이 되었다.
결과 사상 최대였다는 갤럭시노트7의 사전 예약을 훌쩍 넘어선 60만대의 대기록을 세우는 중이며, 이 가운데 모두가 개통하지는 않더라도 이러한 기록만으로도 이미 이번 전쟁의 승리는 갤럭시S8이 가져갔다는 것을 모두에게 공공연히 알리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엘지는 G6에 집중하느라 마케팅을 꼼꼼하게 신경쓰지 못했고, 그마저도 신한카드 판 앱으로 겨우 5,000원을 결제하기 위해서 소비자들을 짜증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도 실책이 계속 이어지고 말았지만, 삼성은 제품의 기획부터 디자인 및 기술적인 완성도, 마케팅 모두에 있어서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며 소비자들의 신뢰를 다시 얻는 모습을 보여줬다.
엘지의 홀로서기 전략, 그리고 삼성의 총공세에 가까운 전략은 분명 나름의 장단점이 있었지만 현재로서는 삼성의 전략이 더 좋은 선택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과연 위기를 타개할 엘지의 새로운 전략은 무엇일지, 삼성의 수많은 예약 판매가 실제 판매로까지 이어질지 다음주를 기대해봐야겠다. - MACGUY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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