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OLED TV 하면 긍정적인 점들만 떠올랐었다. 디스플레이와 관련해 현재 가장 진보되었다고 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이 적용된 TV, 무한대의 명암비를 보여줄 수 있는 프리미엄 TV, 극도로 얇아질 수 있는 대형 TV.
그리고 OLED TV 번인 이슈는 OLED TV의 그나마 아쉬운 점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 같다.
✎ 번인 확인은 영상 2분 37초부터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번인이 궁금하신 분들은 영상으로 확인해 주세요!
번인 자체는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직까지 직접 번인 현상으로 인해서 큰 불편함을 겪어본 적이 없기도 했고, 또 OLED TV 번인과 관련된 기사들에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여론이 강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습도도 없고 기온도 낮은 모스크바의 가전매장에서 발견한 LG OLED TV와 소니 OLED TV의 번인 현상(바로가기)은 그 인식을 완전히 바꿔놓기에 충분했다.
OLED TV의 번인 현상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어쩌면 갤럭시 노트7의 폭발 현상처럼 소비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소비자의 알 권리가 아닐까 싶다.
OLED는 Organic Light Emitting Diode의 약자로, 유기 발광 다이오드라는 기술이다. 즉, 각각의 픽셀 자체가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는 유기물로 이루어져 있는 패널로, 백라이트가 필요한 LCD와 대조적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유의할 키워드는, ‘유기물’과 ‘각각의 픽셀’이다.
번인 현상은 Burn-in, 즉 픽셀이 타버리는 현상이다. 유기물은 무기물에 비해 수명이 짧고, OLED는 이 유기물로 이루어진 각각의 픽셀들이 빛을 낸다.
집에 전구를 동시에 설치했다고 생각해보자. 각 전구마다 본래의 수명은 같더라도, 우리가 사용하다 보면 자주 사용하는 전구가 있고 적게 사용하는 전구가 있기 때문에, 교체하는 시기는 전구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가 TV로 단색 화면만 보지 않는 이상, 어떤 픽셀은 빛을 더 자주 내고, 어떤 픽셀은 상대적으로 빛을 드물게 낸다. 그런데 빛을 낼 수 있는 시간이 픽셀마다 거의 비슷하다면, 빛을 자주 내는 픽셀은 다른 픽셀에 비해 빨리 빛을 잃고 말 것이다. 완전히 꺼지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밝기는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생긴 변화가 우리 눈에는 잔상, 혹은 얼룩처럼 보이는데, 이게 우리가 흔히 말하는 번인 현상이다.
예전에는 적색 소자와 녹색 소자와 비교해서 청색 소자의 수명이 극단적으로 짧았기 때문에 노란색 잔상이 남는 번인 현상이 심각했는데, 최근에는 청색 소자의 수명을 개선하면서 번인 현상이 줄어들었다. 아니, 조금 늦춰졌다.
또 이러한 현상은 OLED TV뿐 아니라 스마트폰에서도 당연히 나타날 수 있고, 또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
번인 현상은 그저 아쉬운 점일까, 아니면 치명적인 단점일까? 개인적으로 이전에는 그저 아쉬운 점으로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갤럭시S7 엣지를 구입할 때부터 아이폰X을 구입할 때까지, 번인 현상에 대한 두려움이 구매에 발목을 잡지는 않았으니까.
실제로 스마트폰의 번인 현상은 개인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기도 했다. 업무의 특성상 여러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의 교체 주기도 짧았고, 한 스마트폰당 사용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았기 때문.
출처 : 알팅스 (http://www.rtings.com/tv) |
하지만 한 스마트폰을 2~3년 이상 사용하는 소비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리고 한번 구입한 이후 최소 5년 이상 사용할 TV를 구매하는 소비자라면 또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갤럭시S8, V30 및 아이폰X과 같은 OLED 스마트폰이나 LG OLED TV, 소니 OLED TV를 구입한 지 약 2~3년이 지나면 OLED 수명 뉴스에서만 보던 OLED 번인 현상이 자신의 경험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농후하기 때문이다.
경기장 맞은편 관중석에서 멋진 파도타기 응원을 하는데 중간에 서 있는 사람들이 가만히 있다면, 혹은 어떤 예쁜 옷에 얼룩이 묻었다면, 어느 것이 먼저 눈에 들어올까?
TV나 PC 모니터의 화면에서 픽셀이 나간 경험을 해봤을지 모르겠다. 어떤 사진을 보든, 어떤 영상을 보든, 그 한 픽셀이 더 눈에 띄게 된다. 또 스마트폰 화면에 난 작은 흠집이라 할지라도 상당히 거슬릴 수 있다.
100만원 이하의 제품에서도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면,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OLED TV에서 나타나는 번인 현상은 얼마나 거슬리는 존재가 될까.
OLED TV를 스마트 TV나 게임 모드로 사용한다면 사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고정된 화면은 OLED 번인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아무 생각 없이 봐야 제맛인 TV를, 혹시나 번인이 발생하지는 않을까 하고 신경을 쓰며 시청하는 것도 그리 달가운 현상은 아니다. 드라마를 정주행 할 때마다 왼쪽 위에 떠 있는 방송사의 로고가 야속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LG OLED TV는 보상회로 기술이 상당히 발전했다. 하지만, 보상회로라는 기술은 기본적으로 밝기가 낮아진 몇몇 픽셀에 맞춰 다른 픽셀들을 태워버리는 기술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OLED의 태생적인 단점이라 할 수 있는 밝기가 더욱 낮아지게 된다.
LCD의 백라이트 역시 사용 시간에 비례해서 밝기가 점차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체적으로 OLED 픽셀을 태워버리는 것과는 다른 문제일지 모른다. 마치 자동차의 왼쪽 타이어에 바람이 빠져서 균형이 맞지 않으니까 오른쪽 타이어에서도 바람을 빼는 것과 같다.
모스크바 매장에서 직접 발견한 LG OLED TV와 SONY OLED TV의 번인 현상은 누가 봐도 심각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러시아뿐 아니라 미국과 같은 주요 프리미엄 TV시장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물론 매장에 전시된 TV와 가정에서 사용하는 TV가 같은 사용 조건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다. 제조사들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밝고 화려한 색상의 영상들을 매일 반나절 이상 계속 재생하기 때문이다.
출처 : 알팅스 (http://www.rtings.com/tv) |
하지만 ‘일반적인’ 소비 패턴과 비교해볼 때, 가정에서 사용하는 TV도 매장 전시 제품 대비 3-4배의 시간이 지나면 매장 전시 제품과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약 2-3년이 지나면 번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 일반적인 패턴이 되어 가고 있는 스마트 TV의 사용을 고려하자면, 곧 OLED TV의 번인 이슈가 연달아 터질지도 모르겠다.
OLED TV 번인 현상과 OLED TV의 수명에 대한 보다 객관적인 정보를 얻고 싶다면, 알팅스라는 사이트(바로가기)에서 현재 진행 중인 테스트를 참고해보자. 1년간 OLED TV와 QLED TV, IPS TV의 번인 현상을 비교하는 프로젝트인데, 매주 변화된 상황을 공개한다. 현재는 12주가량 지난 상태다. (2017년 11월 29일 기준)
자발광은 분명 현재 TV시장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 역시 자발광을 적용한 진정한 QLED TV를 만들어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자발광이 차세대 기술이고 더 발전된 기술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대형 자발광 디스플레이에는 아직 번인이라는 숙제가 남아있다. 마치 로켓이 비행기보다 더 발전된 기술이지만 안전성과 비용이라는 숙제 때문에 아직 대중화될 수 없는 현실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OLED TV를 생산하고 있는 제조사들이, OLED TV를 이미 사용 중이고 앞으로 사용할 소비자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번인 현상을 개선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당연하고도 당연한 일이다.
그보다는 ‘특수한’ 기준이 아니라 ‘일반적인’ 상황에 맞는 A/S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백색 화면에서 번인이 나타나야만 번인 불량으로 인정하는 특수한 A/S 기준이 아니라, 회색, 적색, 황색 등 어떤 색의 화면에서든 번인이 발견되면 번인 불량으로 인정하는 일반적인 A/S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또 정확한 정보를 근거로 소비자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구입할 수 있도록, OLED 번인과 관련된 객관적인 정보를 판매처에서 제공해줄 필요도 있다. 즉 소비자의 알 권리를 확보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OLED TV의 장점이 분명하고 경쟁력이 있다면, 번인의 리스크가 있더라도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있을 테니까.
부디 기술의 발전과 정책의 변화로 번인 이슈가 잠잠해져서 소비자도 웃고 제조사도 웃을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올 수 있으면 좋겠다. - MACGUY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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