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갤럭시S6 때부터 삼성이 디자인적으로, 또한 재질적으로 신경을 더욱 쓴 것으로 기억한다. 이전까지 대일밴드 디자인이라거나 혹은 저렴한 플라스틱 재질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이라며 비난을 듣기도 했던 삼성전자가 대대적으로 디자인 철학과 재질을 바꾼 제품이기 때문이다.
이후 갤럭시S7 시리즈가 대박을 치면서 비운의 제품, 갤럭시노트7을 거쳐서 지난해에는 갤럭시S8과 갤럭시노트8까지 연타석 홈런을 치는 중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삼성의 신제품에 대해 ‘불편한’ 시선을 토로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유라고 한다면 ‘같은 디자인’으로 출시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 즉, ‘나는 삼성 폰을 구입하고 싶은데, 디자인 좀 바꿔 달라’는 것이다. 물론, 개인적으로도 이러한 의견에 부분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폰을 들여다보자면 이러한 시선과 불만의 목소리가 왜 삼성에게만 유달리 강하게 들리는 것처럼 느껴지는지는 의문이 될지도 모른다.
아이폰은 심지어 1세대 모델부터 가장 최근에 출시된 아이폰8 시리즈까지 거의 같은 디자인을 고수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물론, 차기 제품인 아이폰X은 예외로 두자.
그렇다면, 왜 아이폰8은 되는데 갤럭시S9은 안된다는 걸까? 심리적인 원인을 찾자면 그동안 숱하게 ‘다름’을 외쳐왔던 안드로이드폰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자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이폰의 등장 이후 전 세계 휴대폰 제조사의 최대 특명은 아이폰을 따라잡을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것이었고, 결과 수많은 ‘도전적인’ 제품들이 줄지어 세상에 등장했다. 쿼티 키패드를 품거나 슬라이드 방식을 채택하거나, 각진 디자인부터 유선형의 디자인까지 수많은 제품들을 선보인 것이다.
그리고 매년, 아니 매 분기별로 신제품이 홍수를 이루면서 안드로이드폰은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도기를 오랜 기간 겪어야만 했다. 그 결과 LG를 비롯한 수많은 제조사들은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디자인들을 연이어 선보이면서 당연히도 안드로이드폰은 ‘달라져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말았다.
삼성 역시 숱하게 많은 변화와 시도를 거듭하며 얼굴이라 부를 수 있는 디자인이나 내부 UI에서의 대대적인 디자인 변화를 단행했고, 어쩌면 갤럭시S6를 기점으로 삼성다운 아이덴티티를 재정립하는 과정을 겪는 중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미 3세대에 걸친 패밀리 룩 디자인을 봐야만 했고, 이제는 달라질 때가 되었다고 외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베젤리스 + 초슬림 + 듀얼 카메라 + 삼성 아이덴티티를 고수하면서 다름을 어필하기란 너무나 힘들지 모른다.
결과 차기 플래그십 스마트폰으로 불리는 갤럭시S9 역시 기존과 비슷한 디자인의 변형으로 등장할 경우 구매를 보류하겠다거나 디자인을 바꿔야만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들려오는 것이다.
물론, 아이폰이라고 해서 이러한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매년 이번에는 다른 디자인이 나와야 한다거나, 혹은 베젤이라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오히려 아이폰은 아이폰6를 기점으로 꾸준히 더 무거워지고 어쩌면 두꺼워졌을 뿐이다.
기존과 거의 같은, 사실상 애플 마니아가 아니고서는 구분이 힘든 디자인을 내놓으면서 소비자들은 이제 아이폰 디자인에 대해서도 지쳤다는 표현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애플은 이러한 시선을 아이폰X의 출시를 기점으로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을 통해 씻어내는 중이다.
그렇다면 삼성은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까지 유출된 정보들을 토대로 보자면, 갤럭시S9은 싱글 렌즈를, 갤럭시S9 플러스는 듀얼 렌즈를 품을 것으로 보이며 ‘보라색’ 컬러를 메인으로 기존과 비슷한 패밀리 룩을 선보일 것이라고 한다.
또한 플랫 디자인은 아니지만 기존 대비 더욱 곡률이 완화된 엣지 디스플레이를 탑재할 예정이다. 결국 디자인은 거의 같거나 조금 다듬어진 수준이라는 된다는 이야기다.
어쩌면 이번 갤럭시S9이 삼성에게 있어서는 패밀리 룩과 삼성다움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어필하고 선보일 기회이자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나 갤럭시노트8에 대해서는 갤럭시노트7 만큼이나 큰 반응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디자인적으로 비슷하다는 아킬레스건을 다른 무언가로 극복해야만 한다.
새롭게 디자인된 덱스와, 차별화된 카메라, 다른 기기와의 연동성, 사용자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디자인적으로 비슷하다는 인식을 어떠한 완성도와 다름으로 극복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 MACGUY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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