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선보이는 포장의 기술은 대단하다. 별것 아닌 것도 별것으로 만드는 그 능력 말이다. 소위 말해 ‘감성’으로 불리는 이러한 애플의 마케팅 능력은 분명 기업의 입장에서는 찬사를 받을 만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번 9.7인치 아이패드 프로의 뒤늦은 출시 역시 그렇다. 좋게 보자면 9.7인치 사이즈를 가진 아이패드 프로를 기다린 분들에게 좋을지 몰라도, 나쁘게 보자면 그냥 ‘아이패드 에어3’를 그럴싸하게 포장한 제품에 그치기 때문.
애플은 자신들이 만든 제품이 대단하며, 생산성에 있어서 놀라울 만큼의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홍보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하다. 유난히 ‘컴퓨터’라는 문구를 강조한 애플은 자신들이 만든 아이패드가 컴퓨터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는 것 같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에서만큼은 아이패드를 컴퓨터라고 바라보는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 같다. 그것이 한국의 폐쇄적이고 윈도 종속적인 환경 탓이든, 아이패드의 제한적인 인터페이스 탓이든 아무튼, 한국에서만큼은 아이패드는 컴퓨터가 아니기 때문이다.
9.7인치 아이패드 프로의 ‘스펙’
9.7인치로 돌아온 아이패드 프로는 처음으로 256기가 모델을 선보였다. 그러면서 또한 동시에 64기가 모델을 단종시켰다. 결국 32기가 / 128기가 / 256기가 용량 정책을 정한 것. 단계를 3단계로 줄인 것은 좋지만 또다시 애매해졌다.
32기가는 무언가 손해인 것 같고, 256기가는 과도해서 결국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128기가 모델을 선택하게 만들려는 전략으로 보이기 때문. 아무튼 전체적인 크기나 무게는 아이패드 에어2와 완전히 ‘같다’
9.7인치로 돌아온 아이패드 프로는 처음으로 256기가 모델을 선보였다. 그러면서 또한 동시에 64기가 모델을 단종시켰다. 결국 32기가 / 128기가 / 256기가 용량 정책을 정한 것. 단계를 3단계로 줄인 것은 좋지만 또다시 애매해졌다.
32기가는 무언가 손해인 것 같고, 256기가는 과도해서 결국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128기가 모델을 선택하게 만들려는 전략으로 보이기 때문. 아무튼 전체적인 크기나 무게는 아이패드 에어2와 완전히 ‘같다’
무거워진 것도 아니고, 가벼워진 것도 아닌 그냥 같은 제품이라 볼 수 있다. 6.1mm의 두께에 437g의 무게, 169.5mm와 240mm의 가로 세로 길이까지 소수점까지 동일하다. 다만 디스플레이에서 와이드 컬러 디스플레이 및 트루 톤 디스플레이가 적용되었다.
이로 인해 주변광에 따라서 화면의 색감도 달라지는 기술을 넣었는데, 이러한 변화는 기대가 되는 부분. 당연하겠지만 A9X 칩셋이 적용되었고, 1200만 화소로 높아진 카메라를 넣었다. 카툭튀는 덤. 4개의 스피커를 탑재했으며 스마트 커넥터를 가지고 있다.
9.7인치 아이패드 프로의 ‘진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만으로 이 제품에 ‘프로’라는 타이틀을 붙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보인다. 당장 아이패드 에어 대비 아이패드 에어2의 변화만 보더라도 이 정도의 변화는 선보였기 때문. 더욱 얇아지고 빨라졌으며 화면도 더욱 색감이 좋아졌었다.
반면에 아이패드 에어2 대비 아이패드 프로는 당연한 수준만큼의 변화만 있을 뿐이다. A9X 칩셋 역시 당연했고, 디스플레이의 소소한 변화 역시 늘 그래왔었다. 오히려 애플펜슬이나 스마트 키보드 등의 액세서리 지원은 아이패드의 침체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가을, 애플은 아이패드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12.9인치 아이패드 프로를 통해 새로움을 선보였고 12.9인치 아이패드 프로가 보다 더 ‘특별하게’ 보이도록 만들기 위해서 9.7인치 아이패드 프로는 잠시 미뤄둬야만 했던 것은 아닐까 한다.
그러니까, 지금처럼 동일한 스펙의 9.7인치 아이패드 프로가 같이 등장했다면 12.9인치의 아이패드 프로는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그저 화면만 큰 아이패드 프로에 불과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애플은 역시 마케팅의 귀재다.
아이패드 프로가 포기한 것들
아이패드 프로는 소소한 디자인 변화가 있었지만 카툭튀를 적용하며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물론, 카툭튀 없이도 1200만 화소의 카메라는 구현이 가능할지 몰라도 카메라 성능은 어느 정도 양보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카툭튀는 그것 자체로도 마이너스적인 요소가 많다. 이 부분은 애플이 극복했어야 하는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카툭튀 디자인을 적용하며 불편함을 소비자들에게 전가시키고 있다.
당장 평평한 아이패드 한쪽 모서리에 동전 하나를 놓고 패드를 사용해보자. 덜컹거리며 불편함을 초래할 것이다. 물론 케이스를 씌운다면 문제는 줄어들겠지만 아무튼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제 아이패드 프로는 카툭튀로 인한 불편함이나 카메라 손상이 더 쉽게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것은 많은 불편함을 가져다줄 것이다. 아이패드 프로를 통한 사진의 결과물은 좋아질지 몰라도 그것을 제외한 다른 모든 부면에서의 이점은 포기한 것.
똑같은 것을 특별하게
그렇다면 아이패드 에어2 사용자가 9.7인치 아이패드 프로를 사용하면 어떠한 체감 효과가 있을까? 우선 크기가 같다는 점에서는 차별점이 없다. 그리고 멀티태스킹 역시 동일하다. 알려진 대로라면 램도 2기가로 같다.
더 빨라진 처리 속도와 그래픽 성능 역시 일반적인 작업에서는 그 차이를 체감하기 힘들다. 차라리 램이 4기가라면 보다 유연한 멀티태스킹을 통해서 차이를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카메라 역시 이미 훌륭한 스마트폰 카메라에 밀려나서 아이패드로 촬영할 일은 많이 없을지도 모른다.
차이점이라면 애플펜슬을 통한 드로잉이나 스마트 키보드를 활용하는 것 정도인데, 이 또한 스마트 키보드는 블루투스 키보드와 비교해서 특별한 장점은 없으면서 가격만 비싸다. 애플펜슬 또한 129,000원의 엄청난 가격을 지니고 있다.
굳이 드로잉을 해야 하는 작업이 아니라면 아이패드 에어2와 아이패드 프로의 차이는 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즉, 당연했던 아이패드 에어3를 9.7인치 아이패드 프로로 포장한 것이며 대신 가격만 올라간 상황이다.
9.7인치 아이패드 프로의 ‘가격’
여기서 애플의 상술이 드러난다. 애플은 나날이 침체되고 있는 아이패드의 가격을 ‘프로’라는 이름으로 당연한 듯 올리고 있다. 기본 가격은 599달러로 높아졌으며, 최고 가격은 256기가 용량의 LTE 버전으로 무려 1029달러에 달한다.
799달러부터 시작하는 12.9인치 아이패드 프로 32기가 모델이 한화로 999,000원인 점을 감안하자면 128기가 용량의 9.7인치 아이패드 프로 역시 949,000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원래의 아이패드 에어2 시리즈였다면, 60만원부터 72만원, 84만원 정도가 되는 3단계 가격으로 출시가 되었겠지만, 이번에는 32기가부터 128기가, 256기가 용량을 통해서 기존의 72만원 정도인 가격을 95만원 정도까지 올리는 실질적 ‘가격 인상’을 감행한 것이다.
이는, 기존의 128기가 용량의 가격이 84만원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더라도 가격 인상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소비자로서는 2년이 되어가는 아이패드 에어2 대신 아이패드 프로를 선택하고 싶을지 몰라도 높아진 가격은 분명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최고 모델의 가격 역시 1029달러로서 12.9인치 아이패드 프로의 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하자면 한화로 132만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여 상당한 가격 인상이 적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프리미엄 시장을 노렸다고는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다.
© 사진 인용 : The Verge
소비자로서 합리적인 대안이라면, 높아진 환율로 인해서 더욱 비싸진 아이패드 프로 모델 대신 아이패드 에어2를 구매하는 것이 있다. 9.7인치 아이패드 프로의 출시와 동시에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아이패드 에어2는 16기가와 64기가 두 모델로 줄었지만 가격 또한 내려갔기 때문.
16기가 모델이 52만원으로, 64기가 모델이 64만원으로 내린 상황이기 때문에 신제품을 찾는다면 64기가 아이패드 에어2가 가장 합리적인 대안으로 보인다. 실질적으로 9.7인치 아이패드 프로가 하는 거의 모든 일은 아이패드 에어2에서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은 아이패드 에어2 중고를 알아보는 것도 좋다. 조금만 찾아보면 사용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아이패드 에어2 중고를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고 구입 시에는 128기가 모델도 선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9.7인치 아이패드 프로를 원한다면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올가을에 아이패드 에어3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고, 초기 구매자들 가운데 1~20만원 다운된 가격으로 신품급 중고를 판매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
애플은 우리에게 ‘더 좋아진’ 아이패드를 선보이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카툭튀에 가격마저 엄청 올라버린 실질적인 아이패드 에어3를 매의 눈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기업은 많이 팔기를 바라지만 소비자는 합리적 소비를 원하기 때문이다. - MACGUY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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