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6는 램이 1기가입니다. 아이폰5s도 그러했고, 아이폰5도 그러했습니다. 그러면 아이폰에게 있어서 램이란 '전혀' 업그레이드가 되지 않았다는 말일까요?
흔히 '숫자 놀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CPU의 경우도 처음 싱글코어 이후에 듀얼코어를 거쳐서 트리플, 쿼드, 옥타 등등 계속해서 높은 숫자를 자랑하는 CPU가 등장하기도 했는데요.
램 역시 그러합니다. 128메가로 시작하더니 256에서 512, 1기가를 거쳐서 2기가 3기가, 심지어 4기가에 달하는 램까지 등장한 것입니다.
램에 대한 기본 개념
그렇다면 도대체 램이란 무엇일까요?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CPU와 저장장치, 램. 이 3가지 모두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CPU라는 것은 자동차의 엔진과 같습니다. 즉, 얼마나 더 높은 '성능'을 구현할 수 있는가를 보는 것이죠.
또한 저장장치의 경우 자동차의 '공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트럭이나 버스는 사람도 짐도 많이 실을 수 있지만, 경차라면 많이 태우지는 못하는 것처럼 말이죠. 마지막으로 램이란 '작업 영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이삿짐 트럭에 짐을 가득 싣고 떠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엔진이 좋아서 빨리 달릴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곳에 실린 도구들을 100% 활용할 수 있을까요? 짐칸에 실린 피아노로 피아노를 치고 요리 도구들로 요리를 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램'이 필요해집니다. 램은 '작업 영역'입니다. 필요한 것을 필요한 때에 꺼내어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죠. 그런점에서 램은 책상과 같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책상이 크고 넓다면 한번에 더 많은 도구를 올려두고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램은 '작업 공간'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 공간이 마냥 크다고 좋은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
램과 숫자의 상관관계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착각하는 것이 한가지 있습니다. 램이 클수록 좋다고만 생각하는 것이죠. 그러나 한번 생각해보면 간단합니다. 혼자서 쓰기에 1인용 책상이 적합할까요, 아니면 10인용 회의 테이블이 적합할까요?
혼자서 효과적인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꼭 알맞는 작업 공간만 있으면 됩니다. 굳이 혼자 작업을 하는데 10명이 앉아서 사용하는 회의 테이블을 활용할 필요는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휴대폰의 CPU와 램 관리 능력이 높아서 큰 테이블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램이 높은 것이 좋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그렇게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에 램은 마냥 높다고 좋은 것이 아닌 것입니다.
단적인 예로 보자면, 저장 공간이 32기가이고, 램이 32기가라면, 정말 램이 1기가인것보다 좋을까요? 그냥 램이 32기가라는 말은 그만큼 메모리 관리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될 것입니다. 굳이 책장을 두고서 왜 책상에 모든 책을 꺼내둬야 하는지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될 것입니다.
각 기능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합니다 ▼
램이 낮으면 멀티테스킹에 불리하다?
책상이 아주아주 작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겨우 책 한권을 꺼낼 수 있는 정도라면, 한번에 한가지 일밖에 하지 못할 것입니다. 참고서도 꺼내둘 수 없고, 필통도 올려둘 틈이 없을 것입니다. 좁은 독서실 책상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될 수 있는데요.
하지만 일정한 크기로 커진, 적당한 책상은 더이상 나쁠 것이 없습니다. 한 자리에 앉아서 손이 뻗는 위치에 필요한 도구들을 올려두고, 바로 옆에 있는 책장에서 원하는 것을 그때그때 꺼내어서 쓰고 다시 넣는 것만큼 효율적인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책상의 크기가 아니라, 이것을 사용하는 '두뇌'의 효율성입니다. 책상을 사용하는 사용자가 똑똑해서 책장에서 원하는 것을 바로 찾아서 꺼내고, 동시에 책상에서 필요없는 것을 넣어둔다면 전혀 사용에 문제가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두뇌가 제 역할을 못한다면? 그냥 책상이 큰 것으로 그러한 손해를 줄일 것입니다. 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동영상이 하나 있습니다. 이 동영상을 본다면, 아마도 램이 낮다고 해서 멀티테스킹이 잘 안된다는 편견을 조금은 바꿀지도 모르겠습니다.
[동영상] 3기가램의 갤럭시S5와 1기가 램의 아이폰6의 멀티테스킹 성능 비교 (1분 8초부터 보세요) ▼
아이폰6 1분 55초, HTC ONE 2분 9초, 갤럭시 S5 2분 58초가 소요되었습니다. 동영상 출처 : 유튜브
애플이 고집하는 램 1기가의 진실
애플은 꿋꿋하게도 낮은 램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부분은 무시할지 몰라도, 애플은 공학적인 계산까지 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앞서 이야기를 했듯이, 책상이 크다고 마냥 좋은 것은 아닙니다.
앉아서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하는데 이리저리 일어서서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것은 다른 말로 하자면 '배터리'를 더 소모하는 것이고 'CPU'의 불필요한 연산 처리를 더 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한번 생각해보면 간단합니다. 사람도, 책상 위에 물건이 너무 많으면 정리가 잘 안됩니다. 필요한 것을 바로바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이죠. 휴대폰 역시 그러합니다. 너무나 많은것이 실행중일때, 이것의 우선순위를 제대로 정하지 못해서 계속해서 자원의 낭비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1기가 램보다 3기가 램이 배터리를 더 잡아먹고, 괜한 CPU 연산 처리를 늘린다는 것이죠. 음악을 듣고 게임을 하고 웹서핑을 하며 페이스북도 하고, 메시지도 보내며 카카오톡도 합니다. 그런데 이 모두가 뒤에서 '실행중'인 상태라면, 배터리 소모는 당연히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렇기때문에 애플은 굳이 높은 램을 고집하지 않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이 언제나 전원코드와 연결된 컴퓨터가 아님을 알기 때문이고, 발열 관리, 성능 관리, 배터리 관리를 필요로 하는 제품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하나같이 쿼드코어와 2기가~3기가 램을 보유한 안드로이드 기기들.
그러나 이미 드러난 벤치마크에서 모두 아이폰6보다 낮은 기록을 보였을 뿐입니다 ▼
사진 출처 : 세티즌
램은 분명 다다익선이 맞습니다. 다만 스마트폰의 배터리 효율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
결국 제조사들의 마케팅 수단
결국 높은 램은 제조사들의 마케팅 수단일 뿐입니다. 적어도 현재로서는 말이죠. 물론 램은 '다다익선'입니다. 그래서 애플은 아이패드 에어2로 넘어가면서 처음으로 2기가 램을 장착했고, 듀얼코어가 아닌 트리플 코어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은 더 큰 크기의 배터리와 큰 크기를 가진 타블렛의 특성때문이고, 기술의 발전을 꼭 필요한 때에 적용한 것이지 오직 보여주기식 스펙을 위한 램2기가 장착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아이패드 에어2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서 작은 크기의 아이폰보다는 더 큰 크기를 가진 아이패드의 넓은 '공간'을 활용해서 꼭 알맞은 만큼 성능을 향상시킨 것입니다.
반면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애플에는 없는 무언가를 넣어야만 했고, 부실한 램 관리를 보충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높은 램을 고집하는 것입니다. 앞서 보신 동영상에서처럼 쿼드코어와, 3기가 램을 장착한 갤럭시S5가 오히려 듀얼코어와 1기가 램을 장착한 아이폰6 보다도 부족한 멀티테스킹을 보여주는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마케팅을 위한 스펙이 아닌, 진짜 사용자 경험을 위한 스펙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
스마트폰은 '스펙'이 아닌 '사용자 경험'
스마트폰을 선택할때 무엇을 봐야 할까요? 마냥 높은 스펙이면 될까요? 전혀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스마트폰에 있어서 이미 모든 스펙이 '상향 평준화'가 된 시점에서, 숫자 놀음은 그저 마케팅 수단일 뿐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아이폰6의 카메라는 여전히 수치상으로는 아이폰4s와 같은 800만 화소일 뿐이지만, 1300만, 심지어 2000만 화소를 자랑하는 다른 스마트폰보다 부족하다는 평가는 많이 없습니다. 물론 화소가 높음으로 인한 이익을 무시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단순한 스펙이 아니라, 단 한가지 기능과 스펙이라고 하더라도 이것이 궁극적으로 사용자에게 어떠한 경험을 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스펙이 높다고 좋은 폰이 아니라 좋은 사용자 경험을 주는 폰이 좋은 폰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번 정리를 하자면, 아이폰6의 1기가 램이 정답이라는 것이 아니라, 램의 숫자가 높다고 해서 마냥 좋다는 의미가 아님을 이야기하고 싶었고, 여전히 1기가 램을 유지하는 아이폰6를 보면서 멀티테스킹이 약하다거나 부족하다는 말을 하는 사용자들에게 '램'의 진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점입니다.
또 누군가가 이 글에 대해서 많은 비난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번 '아이폰이 고집하는 800만 화소의 진실'편에서처럼 말이죠. (바로보기) 하지만 이 글이 흑백논리를 가진 사람들로 인해서 논란의 대상이 되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그저, 램에 대해서 이런 견해도 있구나 하고 바라봐 주기를 바라는 것일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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