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나타나면서 없어진 기기는 얼마나 될까요? 컴팩트 카메라의 종말론부터 시작해서 네비게이션 시장도 타격을 입었고, 스마트폰이 흡수한 전자기기들은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것입니다. 라디오나 MP3, 만보기나 카세트, CD플레이어까지도 말이죠.
이렇게 스마트폰이 성장을 거듭할 수록 다른 기기들을 모두 흡수하는 그야말로 스마트폰의 대통합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이렇게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자, 전자기기 회사들은 또 다른 동상이몽을 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이외의 +1은 없을까 하고 말이죠. 그래서 나온 것이 다름아닌 웨어러블 기기입니다.
스마트폰 대통합 시대의 아이러니
스마트폰은 다른 기기들의 기능을 모두 흡수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여러가지 기기들이 필요했던 일들이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면 거의 모든 일들을 해낼 수 있습니다.
의료기기 영역까지도, 또한 운동 영역까지도 넘보고 있으며 예전같으면 하나의 기기로 하나의 작업만 할 수 있었는데 반해서 이제는 거의 모든 것을 다 하고 있습니다.
피쳐폰 시절의 전화기는 미니 게임기로서의 역할만 했다면 이제는 본격 콘솔 게임까지 삼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게임기 시장이 동시에 침체기를 맞은 것 역시 스마트폰의 성장과 함께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대통합 시대 이후, 당연하겠지만 가격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입니다. 예전부터 있어왔지만 요즘들어 가격 경쟁은 조금 다른 양상을 띄고 있습니다. 저가 스마트폰이 아닌, 고사양 스마트폰의 가격폭탄 할인인 것이죠.
중국 업체를 선두로 고사양 스마트폰을 염가로 판매하는 전략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해외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커지고 있는데요. 이로인해서 전자기기 회사는 아이러니에 빠지는 것입니다. '고부가 가치'라고 생각했던 스마트폰이 이제는 레드오션이 된 것입니다.
스마트폰 +1을 꿈꾸는 전자기기 회사들 ▼
하나로 통합하던 시대, 하나면 충분했던 시대
스마트폰이 여러 기기들을 흡수하기 시작할때만 하더라도 스마트폰 시장은 말 그대로 '블루오션'이었습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이 될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신기술이 접목되었고, 더 얇아졌으며 더 빨라졌습니다.
기술의 융합이 이토록 빠르게 일상생활 속으로 스며든 적이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과도해졌습니다. 스마트폰이 MP3를, 메신저 기능을, 게임 기능을, 카메라 기능을 흡수할때만 해도 '우와'하고 탄성을 지르던 소비자들이 지친 것입니다.
도대체 왜 있어야 하는지도 의문인 알 수 없는 센서들이 추가적으로 달리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원래' 사용하지 않던 기능들의 융합이 소비자들을 지치게 만든 것입니다. 신제품이 나왔다고는 하는데 굳이 사야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이죠.
지금 손 위에 있는 스마트폰으로 하는 '작업'이나, 새로운 스마트폰으로 하는 '작업'은 동일합니다. 그런데도 굳이 매번 비싼 가격을 주고 구매할 이유가 사라진 것입니다. 결국 스마트폰의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결국 스마트폰 기능의 이동일 뿐이었습니다 ▼
당연한 수순, 당황스러운 수순
이러한 과정은 당연한 수순일 것입니다. 기능의 폭발적인 성장은 당연하겠지만 가격 경쟁으로 정점을 찍기 때문입니다. 한때 팬티엄 컴퓨터는 십수년 전이었음에도 무려 300만원을 호가하는 가격을 보여주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초고사양의 컴퓨터라고 하더라도 100만원이면 충분할 정도의 성능을 뽑아내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폭발적인 성장 이후의 가격 경쟁이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지금, 스마트폰이 그러한 과도기를 거치고 있습니다. 고급화 바람도 불었었고, 독특한 도전도 많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저 고만고만해진 것입니다. 풀HD를 넘어선 초고화질 액정도 그냥 '그런가보다..' 하게 만든 것이죠.
결국 소비자들로서는 여전히 예전처럼 비싸고, 별 의미없는 신기술로 무장한 스마트폰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이고 대신 적당한 수준의 기능이 구현되는 합리적인 제품을 찾게 되는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서 전자기기 회사의 딜레마는 극대화된 것입니다.
패션 기기로서 접근하고 있는 애플워치 ▼
단 하나만 남은 시장, 단 하나의 기회만 남은 시장
결국 이처럼 모든 것을 흡수해버린 스마트폰이 오히려 전자기기 회사들에게는 독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한때 신성장 동력으로 삼았던 타블렛 역시 패블릿 폰으로 인해서 시장이 축소되고 있고, 그동안 믿어왔던 게임기, 카메라, MP3 등은 모두 스스로 흡수해버린 기능으로 인해서 이미 시장에서 사라져버렸기 때문입니다.
더이상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에 더해서 카메라도, MP3도, 게임기도 추가로 구매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여전히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있을지 몰라도 예전처럼 모두가 하나씩 갖고 싶어하던 시대가 지나가버린 것이죠.
결과적으로 스마트폰 하나만 바라봐야 하는 아이러니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충격적이게도 스마트폰이 '고부가 가치'가 아닌, '레드오션'이 되어 버렸으니 뒤늦게 고성능의 MP3를 내놓을 수도 없고, 또 다른 시장을 찾지 못한 것입니다.
그러니 당연한 수순으로 탈 스마트폰 바람이 불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동안은 스마트폰 하나에만 매달려도 충분했다면 이제는 스마트폰 +1이 필수적이 되어버린 것이죠. 그래서 나온 것이 다름아닌 웨어러블 기기입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일들은 스마트폰과 동일합니다. 더 작고 불편하게 말이죠 ▼
하나면 충분하다던 제조사들, 이것 좀 사 달라?
하나면 충분하다며 광고하던 제조사들이었습니다. 모든 기능을 집약한 것처럼 광고를 했습니다. 당연하게도 소비자들은 '하나'에 만족하는 것이 익숙해졌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반대로 하나를 더 사달라고 보채고 있습니다.
이 시계는... 이 안경은... 이 밴드는... 이런식으로 추가 제품을 내놓는 것이죠. 그것도 스마트폰에 포함된 악세사리로서가 아닌 독자적인 '전자기기'로서 말입니다. 결과적으로 아이러니, 즉 딜레마가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스마트폰 하나면 충분하다더니 이제는 하나를 더 사라는 모양새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도 그저 스마트폰을 보조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미 언급했듯이 이미 스마트폰으로 전자기기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하나 더를 요구하는 셈입니다.
그렇기때문에 웨어러블 기기는 딜레마를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기존에 착용하던 시계도 그저 패션 아이템이었을 뿐, 귀찮아서 사용하지 않는 소비자들도 많은데 구태여 돈을 내고는 구매하라고 부추기는 모양새인 것입니다.
웨어러블이 필수인 시대가 올 수 있을까요? 전자기기 회사의 노력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
존재 이유에 먼저 답해야 할 때
그렇습니다. 전자기기 회사들이 내놓는 웨어러블 기기들은 먼저 존재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해줘야 할 것입니다. 도대체 왜 이것을 추가로 사용해야만 하는지, 스마트폰이 뭐가 부족해서 이것을 사용해야 하는지 말이죠.
귀찮아서 라식 수술을 해서라도 사용하지 않으려 하는 안경을 100만원이나 주고 '스마트'하게 사용해보라는 회사나, 스마트폰을 꺼내지 말고 손목에서 답장을 바로 보내 보라며 50만원을 더 내고 구매해보라는 회사나 모두 그럴듯해 보이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의 가격이 50만원이라고 하더라도 '더 싼것'을 찾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왜 소비자들이 이 비싼 기기들을 구태여 돈을 더 내고, 더 불편하게 사용해야만 하는 것일까요?
어쩌면 이 질문에 가장 명확한 해답을 먼저 제시하는 회사가 웨어러블 시장에서도 살아남을지 모르겠습니다. 기술은 언제나 그렇듯 '필요성'이 있어야만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의 대통합 시대, 어쩔 수 없는 웨어러블 기기의 딜레마를 어느 회사가 먼저 해결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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