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가 또다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엘지전자의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을 보자면 흑자인 것은 맞지만, MC 사업본부의 경우는 2조 8077억원의 매출과 3753억원의 적자가 발생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또다시 스마트폰이 발목을 잡고 말았다. 같은 시기, 삼성은 갤럭시S8 시리즈와 갤럭시노트8 시리즈 및 중저가폰 시장에서도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여주며 엄청난 영업이익 표를 내놓았다. 이러한 차이는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엘지는 이번 적자에도 ‘희망적’이라며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한 달 사이에 신제품을 무려 5종이나 내놓으면서도 눈에 띄는 판매량 견인을 하지 못할 정도로 엘지의 스마트폰 사업은 브랜드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처음부터 엘지 스마트폰을 찾으려는 소비자들보다는 여러 조건이나 상황으로 인해서 떠밀리듯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것이고, 이러한 상황은 결국 잠재적인 소비자들을 엘지가 잃고 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엘지전자 스마트폰의 판매 부진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
브랜드화의 실패. 가장 먼저 실수를 꼽으라면 브랜드화의 문제가 있다. 즉, V 시리즈 자체가 여전히 대중들에게 모호하다는 것이다.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기는 하지만 ‘갤럭시노트’ ‘갤럭시S’ ‘아이폰’처럼 브랜딩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소비자들은 V30가 출시되었는지도, 어떠한 폰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이러한 브랜드화의 실패가 뼈아픈 이유라면 매번 새롭게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키기 위해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애플은 그저 새로운 아이폰을 내놓으면 언론과 인터넷에서 이슈가 되지만, 엘지는 국내에서만 500명에 이르는 체험단을 선정할 정도로 매번 새롭게 브랜딩을 해야 하는 것만 보더라도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패키징의 실패. 패키징은 매우 중요하다. 포장 박스부터 박스의 내부 디자인, 액세서리의 배치의 액세서리의 매력 포인트까지 더하자면 엘지만의 색은 특별할 것이 없다.
즉, 기기 자체에만 신경을 쓰느라 패키징에서 제대로 각인을 시켜주지 못했고, 결과 소비자들은 특별할 것이 없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애플과 삼성은 오랫동안 패키징을 연구했고 자신만의 색을 더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결과 애플은 맥북부터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에 이어서 심지어 작은 젠더 하나에도 애플다운 패키징을 더했고 그것 자체가 브랜드 이미지 향상에 큰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엘지는 패키징을 제대로 다듬지 않으면서 중저가폰과 플래그십 폰에서도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들게 만들었고, 컬러 마케팅을 비롯해서 소비자들이 제대로 각인하고 브랜드를 기억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을 놓치고 말았다.
네이밍의 실패. 네이밍은 매우 중요하다. 나이가 조금 많은 분들의 경우도 ‘갤럭시’라고 하면 곧 삼성 스마트폰임은 알지만, X 시리즈라거나 G, V, Q 시리즈는 그 자체로 아무런 정체성이 없다. 그저 알파벳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결국 엘지는 옵티머스라는 이름표를 떼어버리면서 다른 신선한 이름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최고의 기회를 날려버리고는 오직 ‘G’ ‘V’ ‘X’ ‘Q’와 같은 단순한 알파벳으로 단일화를 하고 말았다. 엘지 스마트폰이라고 하면 떠올라야 하는 단 하나의 ‘이름’이 사라진 것이다.
가치 전달의 실패. 엘지가 주장하는 32비트 음원은 도대체 어디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고음질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엘지가 제공하는 번들 이어폰만으로 충분할까? 소비자들은 궁금하다. 하지만 엘지는 답을 주지 않는다.
지난해 G5를 출시하면서도 고음질 서비스 업체와 협업을 하겠다던 그 다짐은 아직까지도 안갯속에 있다. 소비자들은 결국 G, V 시리즈가 제공하는 고음질을 100% 경험하지 못한다는 아킬레스건을 빠르게 눈치챘고, 차라리 제대로 된 가치를 전달하는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S펜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말았다.
차별화의 실패. 엘지가 주장하는 광각 촬영이나 고음질, 풀비전 디스플레이는 이미 다른 업체들에서도 내세우거나 혹은 스마트폰 구매에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음이 몇 년에 걸쳐서 드러나고 있다. 즉, 투자 비용 대비 이익이 낮다는 것이다.
반면 세심하게 UI를 다듬고 편의성을 높이는 다른 업체들과 비교해서 엘지의 UI 및 UX는 아직까지도 2~3년 전에 머물러 있다. 당장 올웨이즈 온 디스플레이의 옵션만 보더라도, 플로팅바의 활용도만 보더라도 더 개선되고 다듬어져야 하는 것이 많음에도 엘지는 그 부분에서 소극적인 태도만 보여줄 뿐이다.
엘지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에 무엇을 원하는지를 찾고 그것을 제대로 된 가치로 전달하며 의미 없는 파생 모델을 내놓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V30가 출시되기 직전에 공개된 G6 32기가 모델과 G6 플러스는 엘지에게도, 소비자에게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심지어 G6 플러스는 V30보다도 더 비싸다. 칩셋도 구형이고 카메라도 부족하며 화면도 아쉬운 부분이 있음에도 가격은 더 비싼 것이다. 소비자들은 결국 엘지의 불확실한 모습 대신 확실하게 자신만의 길을 가는 삼성이나 애플에게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제아무리 300km 속도로 달릴 수 있는 자동차를 내놓아도, 도로가 받쳐주지 않는다면, 속도 제한이 200km라면 의미는 없다. V30는 분명 잘 만든 폰이지만 갤럭시노트8이나 아이폰8, 아이폰X과 1:1로 비교를 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해도 한참이나 부족하다. 이 사실부터 엘지전자가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 MACGUY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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