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폰이라는 스마트폰을 들어본 적이 있을지 모르겠다. 전면은 우리가 아는 그 스마트폰이지만, 후면에는 전자 잉크 화면이 있는 두 얼굴의 스마트폰이다.
요타폰이라는 본명을 가진 이 신박한 스마트폰이 바로 러시아의 스마트폰 중 하나다.
아이폰의 1차 출시국이자 한 때 매출 기준 글로벌 모바일 시장에서 5위까지 올라간 적도 있었다는데, 개인적으로는 미지의 영역으로 느껴졌던 러시아.
흔히 뉴스에서 아이폰의 중국 실적, 갤럭시의 인도 진출, G6의 미국 판매량 등 여러 국가들의 모바일 시장을 간접적으로 볼 수 있었던 것에 반해 러시아에 관한 정보는 거의 금시초문이었고, 또 예상 외로 공항에서 구입한 유심의 데이터 속도는 상당히 준수했다.
시장의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통신 기술이 발전했음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곳, 중국과 인도에 이어 아직 남은 개척시장이라는 말을 흘려 들은 적도 있던 곳, 그래서 더욱더 러시아의 모바일 시장이 궁금해졌다.
오늘은 바로 그곳의 모바일 시장을 한번 탐방해볼까 한다.
모스크바를 여행하면서 모스크바에 있는 꽤나 큰 전자매장 세군데를 둘러볼 수 있었다. 모두 한국의 하이마트같은 종합 전자제품 매장이었는데, 구성은 저마다 달랐고, 국내와도 사뭇 달랐다.
통신사에서 요금제와 함께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국내와는 달리, 러시아는 단말기 자급제가 안정적으로 정착한 나라라고 한다. 직접 둘러본 것과 같은 매장에서 스마트폰을 구입하고, 통신사에서 요금제만 구입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요금제 약정 할인은 존재한다고.
또한 플래그십 스마트폰들이 가장 눈에 띄고 많이 진열되어 있는 국내와 달리 모스크바의 주요 매장에서는 중저가 모델들을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태블릿의 경우는 거의 중저가 모델만 볼 수 있었다고 표현하는게 맞을 듯 싶다. 물론 아이패드는 논외다.
소비자의 시선을 끌기 위한 제품을 주로 진열해 놓는 것이 국가를 막론하는 마케팅의 기본일텐데 말이다. 사실 후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이러한 진열 방식은 소비자의 필요를 고려한 방식이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아이폰X의 포스터가 군데군데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고, 또 의외로 샤오미나 화웨이 같은 중국 브랜드들의 전용 매장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러시아의 모바일 시장은 대체 어떤 모습인 것일까. 궁금증은 더욱 커져만 갔고, 다행히도 지인의 도움으로 여러 매장 매니저들에게 인터뷰 아닌 인터뷰를 하며 궁금증을 어느정도 해소하게 되었다. 그 점들에 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자.
러시아 사람들은 차를 고를 때 연비를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고 한다. 산유국인만큼 기름값이 저렴하기 때문이라는데, 그보다는 제로백을 주로 기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을 선택할 때는 어떤 요소들을 고려할까? 추운나라인만큼 배터리의 안전성과 같은 대답이 나오길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브랜드 밸류라고. 그래서 삼성과 애플 제품이 가장 잘나간다고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가성비도 중요하게 보는데,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화웨이나 샤오미도 어느 정도 판매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평소 매출 비율로 따지자면 애플이 35% 삼성이 30% 화웨이가 10% 샤오미가 3%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고 한다. 삼성 스마트폰의 경우도 플래그십보다는 중저가 폰이 인기를 끄는 편.
안타깝게도 엘지의 스마트폰은 여행 기간동안 구경도 못해봤다.
러시아 사람들의 스마트폰 선택 기준 중 첫번째는 브랜드 밸류, 두번째는 가성비, 그리고 세번째는 카메라 성능이었다. 전문 카메라 부스도 꽤나 큰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봤을 때 이미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배터리나 화면 크기는 개인의 취향 정도라고 하는데, 러시아도 국내와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기준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여담으로, 푸틴폰이라 불리는 요타폰은 요즘 러시아에서 인기가 그리 많지는 않다고 한다.
러시아는 아이폰 1차 출시국임과 동시에 아이폰X의 출고가가 가장 비싼 나라다. 110만원 정도인 일본과 달리 무려 160만원에 육박한다.
그리고 매장의 진열 구성에서 미리 추측할 수 있었던 것처럼 러시아의 스마트폰 시장에서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율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아이폰X이 살아남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다.
그런데도 아이폰X의 인기는 뜨거웠다. 매장 직원들이 귀뜸으로 해준 이야기들을 종합해보면, 전체 스마트폰 매출 비중 중 약 35% 정도였던 애플의 매출이 아이폰X이 등장하면서 40% 중반대까지 올라간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었다.
글로벌 모바일 시장에서 현재도 10위권을 유지하는 큰 시장에서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비중이 10%도 채 안되는 나라인데도 말이다.
그 러시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3/4 정도를 애플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수치인 것 같다.
✎ 어느 전자매장 어느 백화점을 가든 볼 수 있었던 애플
✎ 러시아에서는 갤럭시노트8보다 갤럭시S8이 더 인기가 있다고 한다.
✎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던 화웨이와 샤오미 / 1루블은 약 20원이다.
✎ 러시아에서는 전자 잉크 패드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 종합 전자제품 매장의 종류도 다양하고, 저마다 특색도 달랐던 모스크바
✎ PC와 랩탑도 중저가 모델 위주로 진열되어 있었다.
✎ 거의 중저가 모델만 볼 수 있었던 태블릿 시장
✎ 카메라는 원래 인기, 드론은 요즘 뜨는 추세라고.
✎ 게임 시장 역시 글로벌 탑 중 하나라는 러시아.
러시아 전체 모바일 시장의 5%정도 밖에 되지 않는 아이폰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아이폰이 비싸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러시아 사람들이 저가형 스마트폰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러시아 사람들의 절반 정도는 중저가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약 40%는 그보다 저렴한 저가형 스마트폰과 피처폰을 사용한다고 한다. 조금 전에 언급한 요타의 신상인 요타폰2도 25만원대로 국내에서 구입할 수 있을 정도다.
반면 스마트폰 액세서리의 가격은 상당히 비싼 편이었는데, 스마트폰 케이스의 전체 판매 이익이 세탁기나 냉장고 같은 일부 가전 제품의 판매 이익과 맞먹는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은 것 같다.
가격대도 조금 괜찮다 싶으면 10만원을 오갔다. 해외직구의 활성화가 시급해보였다. 하지만 일반 온라인 마켓도 러시아에서는 아직 그다지 인기가 없다고.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기준이나 아이폰X의 높은 가격대와 인기, 나름 빠른 데이터 속도 같은 부면에서는 한국과 비슷한 양상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피처폰을 포함한 저가 모델의 비중이나 완전자급제와 같은 구입 방식은 국내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국내와 비슷한 듯 달랐던 모스크바의 모바일 시장. 하지만 개인적으로 더 흥미로웠던 것은 모스크바의 TV를 포함한 가전 시장이었다. 이어지는 포스트에서는 그 점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 MACGUY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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