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이 유일한 문제의 원인이라 부르기도, 그렇다고 가격이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고 보기에도 애매했던 갤럭시S9의 부진은 무엇 때문일까?
가장 먼저 이전 모델인 갤럭시S8과의 차별성 부재가 컸다. 그러니까, 갤럭시S9이 못나서가 아니라 갤럭시S8이 잘나서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복잡한 사정이 얽혀있다. 우선 중국 기업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전 세계적으로 갤럭시S9만의 차별화 포인트가 크지 않다는 것이 있다.
또한, 큰 차별점은 없다고 하더라도 갤럭시S9은 언제나 최다 판매량을 가진 삼성전자의 최대 플래그십 제품으로서 흥행 보증수표와 같았다.
그럼에도 갤럭시S9은 전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의 인기를 끌었던 것과 달리 국내 시장에서 유달리 고전하는 중이다.
왜일까? 우선 중고 가격 방어가 잘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안드로이드폰의 위기는 점점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이미 갤럭시S8의 중고 가격이 50만원 미만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100만원이 넘는 갤럭시S9을 그 가격표대로 바라보기는 힘들다.
또한 갤럭시S9이 내세운 가변형 조리개, 카메라 성능 향상, 이모티콘, 스테레오 스피커들은 소비자들이 체감하기에, 그러니까 지갑을 열기에 극적인 한방이 부족해 보였다.
심지어 갤럭시S9의 카메라 성능이 이전 모델인 갤럭시노트8이나 갤럭시S8과 비교해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까지 나오면서 갤럭시S9은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갤럭시S9과 비슷하게 이전 모델과의 차이가 크지 않은 아이폰8 시리즈와 아이폰X은 어떨까?
지난 1분기 기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스마트폰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비싼 편에 속하는 아이폰X이었다.
무려 1600만 대 이상 판매되면서 당당히 1위에 올랐고, 그 뒤를 이어서 아이폰8이 1250만 대로 2위, 아이폰8 플러스가 830만 대로 3위, 심지어 아이폰7이 560만 대로 4위까지 싹쓸이를 했다.
그 뒤로는 샤오미의 레드미 3A가 540만 대로 5위, 갤럭시S9은 530만 대로 겨우 6위에 턱걸이를 했다.
이러한 성적표가 시사하는 것은 분명하다. 가격이 비싸다고 팔리지 않는 것이 아니고, 디자인이 비슷하다거나 이전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고 해서 팔리지 않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삼성이 내놓은 갤럭시S9이 경쟁력에서 밀려난 것이고, 소비자들에게 그만한 가치를 전달하지 못한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77,000원의 출고가 인하 카드가 효과를 보기는 힘들다.
이미 2년 할부로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것이 대중화된 시점에서 77,000원이라는 가격 인하는 매월 3,200원 더 저렴한 것에 그치기 때문이다.
부진을 털어내기 위한 최소한의 방법이라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한 새로운 기능의 추가, 이모티콘의 극적인 변화, 삼성만의 차별화된 경험이 필수적이다.
현재로서는 갤럭시S8을 사용하거나 갤럭시S9을 사용하거나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차이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화면 크기도 같고, 화면의 품질도 거의 동일하며 몇몇 소소한 업그레이드 이외에는 한 세대만큼의 차이를 보여줬다고 하기에는 힘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출고가 인하는 오히려 갤럭시S9 시리즈의 부진을 인정하는 것이 되어버렸고, 그만큼 삼성이 절박하다는 것을 드러내고 말았다.
여기에 더해서, 올가을 등장 예정인 갤럭시노트9의 출시가 빠르면 7월에서 8월 초까지 앞당겨지게 될 경우 갤럭시S9의 설자리는 더욱 줄어들지 모른다.
분명 갤럭시S9은 가장 완성도 높은 갤럭시S 시리즈다. 그러나 갤럭시S9은 스마트폰의 출시 로드맵에 맞추느라 너무 성급히 등장한 느낌이다.
차기 모델과 이전 모델 사이에 끼어 있는 애매한 모델이라는 느낌을 털어내지 못하는 한 출고가 인하 카드는 오히려 수익성 하락이라는 화살이 되어서 돌아올 가능성이 큰 이유다. - MACGUY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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