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은 무언가를 보여주기 이전까지는 그것의 필요성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마차가 대중화된 시절에 더 좋은 운송수단을 떠올리라고 해서 현재의 자동차를 떠올리는 소비자들은 없기 때문이다.
제조사 역시 소비자의 연장선상에 있을 뿐 특별한 사람들의 집단이 아니다. 현재의 스마트폰을 두고서 1년도 되지 않아서 처음 보는 제품을 선보이기가 힘든 것이다.
당연하겠지만 기술이 발전되고 대중화가 될수록 이러한 증상은 더욱 심화된다.
이를테면 노트북을 떠올려보자. 분명 노트북도 큰 그림으로 보자면 배터리 기술의 혁신, 화질의 변화, 성능의 향상과 같은 변화를 경험해왔다.
하지만 어떤 소비자들도 노트북을 매년 교체하거나 주기적으로 교체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그저 도구로서, 자신이 하는 작업을 충분히 해낼 정도의 제품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쟁을 해야만 하는 노트북 제조사들은 매년 새로운 운영체제를 선보이거나 신제품으로 관심을 끌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시장의 파이를 지켜내야 하고, 성장을 꾸준히 견인해야 한다는 목적이 있어서다.
이러한 제조사의 노력에도 노트북 시장은 예전만큼 폭발적인 성장을 하지도,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새로운 노트북에 큰 관심을 갖거나 흥미를 갖지도 않고 있다.
그저 필요에 의해서 필요할 때 찾아보고서 가성비를 따지고 원하는 브랜드와 디자인,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찾아서 구매하는 패턴을 보일 뿐이다.
스마트폰은 조금 달랐다. 매일 손에 쥐고 다니는 스마트폰은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의 일부로서, 때로는 패션 액세서리이자 자신을 투영한 또 다른 기기라는 생각을 가지게 만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처음 스마트폰이 시장에 등장한 이후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은 기하급수적이었고, 성능부터 크기 및 디자인과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보여줬었다.
매년 스마트폰의 램 용량과 메모리는 2배 이상 증가했고, 퍼포먼스도 놀랍게 개선되었으며 컴퓨터를 따라잡을 정도로 성능이 좋아졌다.
컴팩트 카메라 시장을 초토화시키고 MP3를 구시대의 유물로 만든 스마트폰은 통신 시장의 발전과 함께 스트리밍을 대세로 만들었고, 영화와 드라마, 음악뿐만 아니라 책까지 구독해서 보는 문화를 창조해냈다.
심지어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이제 스마트폰만으로 쇼핑도 하고 결제를 할 뿐 아니라 업무까지 처리하는 상황이다.
스마트폰은 여전히 IT 업계에서 중심에 서 있으며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성장률과 성장의 방향성에 있다.
만일 누군가가 현재의 아이폰X이나 갤럭시S9, V30를 구입한다고 가정해보자.
2년 뒤에 등장할 스마트폰이 아무리 좋아진다고 하더라도 현재하고 있는 일들, 이를테면 카톡을 주고받고 쇼핑을 하며 게임과 동영상을 즐기는 경험이 완전히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던 스마트폰의 성장이 한계에 부딪힌 것이고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것을 넘어서서 제조사가 바라보는 미래의 스마트폰은 이제 소비자들을 설득해야 하는 단계에 와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삼성과 애플의 스마트폰 역시 스마트폰 시장의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애플이 야심 차게 선보인 아이폰X은 나날이 판매량이 줄어들며 현재까지 국내 시장에서 40만 대가량 판매되었다.
삼성은 안방이라 불리는 국내에서 갤럭시S9을 70만 대 수준으로 판매하며 예전만 못한 미지근한 반응에 상당히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침체가 갑작스러운 현상이 아니었음에도 삼성과 애플, 심지어 중국 제조사들도 출고가 올리기 경쟁에 한창이다.
왜일까? 당연하겠지만, 판매량이 줄어들면 수익을 지키기 위해서 판매 가격을 올리는 방법 밖에 없기 때문이다.
판매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면 당연히 기존과 같은 가격으로도 더 높은 수익을 올리겠지만 판매량이 줄어들면 그 반대가 되는 것이다.
그 때문에 현재의 시점에서 보자면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소비자들 또한 어떠한 스마트폰이 나오면 구입을 하게 될 것인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해법은 없을까? 사실 단편적인 해법은 존재할 수가 없다. 이미 IT 시장은 너무나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모습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다 더 넓은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 이제는 물리적인 하드웨어에 종속된 '기기'로 볼 것이 아니라 '경험'을 이어가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를테면 애플은 아이클라우드의 기본 제공 용량을 크게 늘릴 필요가 있다. 그리고 파편화된 애플 기기 사이의 연결을 더 공고히 해야 한다.
아이폰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아이폰과 다른 애플 제품을 구입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락인 효과를 높여야 하는 것이다.
굳이 아이폰을 매년, 혹은 2년마다 교체하지는 않더라도 다른 애플 제품군들이 그 빈자리를 채울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맥북, 에어팟, 아이맥 등으로 이어지는 하드웨어와 애플뮤직, 아이튠즈, 앱스토어와 같은 소프트웨어가 더욱 유기적으로 연동되고 경험이 이어지며 계속 애플의 서비스 안으로 소비자들을 묶어둬야 하는 것이다.
현재 수많은 애플 제품을 사용하고 있지만 아이클라우드는 여전히 기본 제공량이 5GB에 그치고 한국에서의 애플 서비스는 반쪽이라는 평가가 많다.
역대급이라는 iOS11과 macOS 하이 시에라는 역대급 불만에 시달리고 있으며 개인적으로도 불만이 증가하고 있다.
더 뛰어난 경험을 위해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잘 융합되어야 하고, 소비자들이 계속 찾는 서비스가 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삼성 역시 마찬가지다. 갤럭시 사용자들이 필수적으로 삼성의 다른 태블릿이나 노트북, 컴퓨터, 웨어러블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분명 삼성도 꾸준히 새로운 시도를 하고 도전하며 락인 효과를 더하려 하지만, 결과는 빠르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예상 가능한 신제품 로드맵 속에서 예측이 불가능한 새로운 기술들을 선보이고, 삼성 제품들에서만 가능한 시너지 효과를 더하며 소비자들이 다양한 삼성 제품들을 사용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 점에서 가전제품군을 가진 삼성은 더욱 다양한 IoT 및 연동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 물론 이미 선보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복잡하고 어려운 IoT와 연동을 편리하게 다듬어야 한다.
단 하나의 스마트폰이 완성도가 높고 디자인이 멋지며 성능까지 뛰어나다고 해서 지속적으로 구입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는 경험을 공유해야 하고, 기존의 경험에 새로운 경험을 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왜인지는 몰라도 하루에도 몇 번씩 먹통이 되는 아이폰X이나 자꾸만 버그가 나타나는 맥북 프로, 예상보다 재미있지 않은 갤럭시S9과 존재감이 줄어드는 기어는 현재의 파편화된 경험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당장의 소모적인 수익을 쫓아가느라 큰 그림을 놓치지 않도록 하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 MACGUY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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