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내우외환이다. 국내에서는 아이폰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지고, 해외에서는 중국산 폰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2030 세대를 중심으로 탈 갤럭시가 심각해지면서 성장 가능성에 발목이 잡히고 있고, 저가형 및 짝퉁만 선보이던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100만원을 호가하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미국에서 아이폰의 인기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인데, 미국 10대들의 아이폰에 대한 사랑은 90%를 넘어설 정도로 '압도적'이다.
이러한 아이폰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자연히 에어팟과 애플워치, 아이패드 및 맥 제품군까지 이어지며 애플 공화국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반면 삼성이 선보인 갤럭시 시리즈는 스마트워치인 기어와 큰 시너지를 내지 못했고, 태블릿과 노트북 시장에서도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하지 못하면서 연결 고리가 부실한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갤럭시S9은 갤럭시S3 이후 최저 판매량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마이너스 성장에 대한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내세웠던 지역별 공략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와 애플로 인해서 위아래로 공격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내부에 있다. 저가폰을 놓고 보자면 최근에서야 경쟁력을 키웠다고는 하지만, 큰 차별점이 없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격만큼 큰 무기는 없기 때문에 중국 스마트폰에 밀려나는 형국이다.
뒤늦게 삼성답지 않은 스펙과 가격대의 제품을 선보이고는 있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고가폰을 보더라도 삼성의 경쟁력이 오히려 발목을 잡으면서 스스로 문제를 키우고 있다.
우선, 그동안 투트랙 전략으로 지금의 삼성과 갤럭시를 견인해왔던 갤럭시S 시리즈 및 갤럭시노트 시리즈가 닮아도 너무 닮아있다.
갤럭시S에서 S펜만 더하면 갤럭시노트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제품의 크기나 컨셉, 디자인 및 성능까지 비슷해진 것이다.
결과 소비자들은 더 이상 삼성의 새로운 제품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갤럭시S9의 문제점은 갤럭시S8과 너무 닮았다는 것에 더해서 큰 의미가 없는 기능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다름'을 강요했다는 데 있다.
AR 이모지 기능은 너무 해학적이거나 난해한 모습으로 사용자가 거부감을 느낄 정도였고, 카메라 성능의 차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이전 모델인 갤럭시노트8과 비교가 되며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화면 크기 및 디자인은 갤럭시S8과 닮아 있으면서도 자꾸만 다르다고 주장한 결과, 소비자들과의 간극이 벌어진 것이다.
심지어 곧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갤럭시노트9 역시 갤럭시S9과 비슷한 디자인으로, 이전 모델인 갤럭시노트8과 매우 비슷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온 상황이다.
이쯤 되면 9살의 성장통이 분명하다. 삼성 내부적으로는 10주년 갤럭시에 온 힘을 다할 것이고, 아직은 루머만 무성한 폴더블 스마트폰 역시 역량을 집중해야 했을지 모른다.
결과 갤럭시S9은 마이너 업그레이드 수준으로 '갤럭시' 그리고 '삼성'이라는 브랜드만 믿고서 신제품을 출시한 것이다.
들려오는 소문에는,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도 차별점이 크지 않다는 점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원가 절감이 목적인지는 몰라도 갤럭시S9은 너무 심심한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되고 말았다.
물론 갤럭시S9의 기기 자체만 놓고 보자면 여전히 완성도나 신뢰도, 내구성은 최상급 수준이다. 카메라도 아쉽지 않고 사용자 경험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문제는 이전 모델과의 '차별점'이 부족하다는 데 있고, 조금 더 신선하고 충격을 안겨줄 '실험'이 부족했다는 데 있다.
중국 업체들은 더 이상 베껴오기에만 의지하는 것이 아닌, 차별화된 가격이나 디자인, 파격적인 실험으로 대중에게 충격을 선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최근에 오포는 파인드X라는 이름의 베젤리스폰을 선보였는데, 전면 화면 비율이 무려 94%에 달할 정도로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했다.
카메라는 자동 팝업으로 전후면 카메라 모두 숨겨져 있고, 전면 셀피는 무려 2500만 화소, 후면 카메라는 듀얼 카메라로 트렌드를 충실히 반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갤럭시S9을 비롯한 삼성의 스마트폰은 파격적인 실험이나 도전보다는 안전성 강화와 무난한 변화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삼성의 도전은 조금 더 소심해지는 것도 당연할지 모른다. 하지만 9살의 성장통과도 같은 소심함은 벗어버리고 이제는 대범하고 차별화된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갤럭시S 시리즈와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차이를 더 분명하게 하고, 맹목적인 신제품의 출시를 넘어서서 소비자들이 먼저 찾는 갤럭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MACGUY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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