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5 소비자는 억울하다.
소비자는 언제나 합리적인 소비를 원한다. 그리고 자신의 선택이 최선의 선택이기를 기대하며 무언가를 구매하고 무언가에 가치를 지불한다. 그러나 그 기대가 무너지는 순간, 기대는 배신감으로 바뀌게 될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어느 순간까지는 사람은 자신이 한 선택이 올바른 것이며 최선의 선택이라고 믿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누군가가 ‘새 차를 샀다’고 이야기를 한다면, 듣고 싶은 이야기는 ‘잘 샀네, 색상이 이쁘네, 이 차가 요즘 인기라던데’와 같은 말일지 모른다.
어느 누구도 ‘싸게 샀어? 요즘 이 차 중고 가격이 내려서 손해라던데’ 라거나 ‘그 차보다는 ㅇㅇ차가 더 낫지 않아?’ ‘왜 그 차를 샀어?’라는 말을 듣고 싶은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에는 이러한 말에도 자신의 선택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갖가지 이유로 자신이 선택한 제품에 대한 합리성과 당위성을 설명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도 시간이 지나게 되면 결국 구매자 스스로가 ‘잘못된 선택’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G5를 구매한 소비자로서 나는 억울하다. G5 약정이 아직도 20개월가량 남았다는 사실에 억울하고, 친구가 많다던 G5의 프렌즈가 모두 출시되지 않은 것도 억울하며, 추가 모듈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에 억울하다.
G5, 공개에 그친 친구들
엘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제품 하나하나가 지닌 파워와 브랜드가 약하다는 것이다. 사실, 제품 하나하나가 매우 강력하고 존재 이유가 분명하며 구입할 가치가 있어도 소비가 망설여지는 것이 인간이다.
그런데, G5와 함께 등장한 프렌즈들을 보자면 도무지 알 수 없는 정체성을 지닌 친구들부터, 친구라기에는 다른 기기와도 연동이 되는 요상한 친구, 그리고 롤링봇처럼 세상의 빛을 보지도 못한 비운의 친구들까지 전체적으로 친구들이 너무 매력적이지 않았다.
엘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제품 하나하나가 지닌 파워와 브랜드가 약하다는 것이다. 사실, 제품 하나하나가 매우 강력하고 존재 이유가 분명하며 구입할 가치가 있어도 소비가 망설여지는 것이 인간이다.
그런데, G5와 함께 등장한 프렌즈들을 보자면 도무지 알 수 없는 정체성을 지닌 친구들부터, 친구라기에는 다른 기기와도 연동이 되는 요상한 친구, 그리고 롤링봇처럼 세상의 빛을 보지도 못한 비운의 친구들까지 전체적으로 친구들이 너무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엘지는 마치 G5를 완성하는 것은 ‘친구’들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듯 홍보를 했었다. 언제나 광고 속에서는 모듈과의 조합이나 다른 프렌즈와의 연동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소비자들이 G5의 프렌즈들에 과도한 비용을 들여서 구매하거나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나 역시도 캠플러스 모듈은 서랍 속에서 도무지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으니까.
G5를 완성하는 것은 G5 스스로가 되었어야 하고, 프렌즈는 그 나름의 정체성과 존재의 이유가 있어야 했음에도 불완전한 조합이 되면서 G5는 미완의 작품이 되었고 프렌즈는 모두 모이지도 않았다. 마치 드래곤 볼 이라도 되는 것처럼.
돌연 등장한 V20
사실,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한 등장 시점이기는 했다. 지난해 10월에 혜성처럼 등장한 V10을 보자면 올해도 V20의 등장은 예상이 가능했고, G5 하나로만 1년을 버티기에는 스마트폰 시장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기 때문.
하지만 V20의 출시 시기가 묘하다. G5에 대한 공개적인 ‘실패’를 언급한 이후 아무런 후속 조치도 없이 돌연 V20이 출시된다는 초청장이 도착했기 때문이다. 기존 소비자로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다.
다행이라면 나는 G4를 구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G4를 구입한 소비자들은 V10을 보며 황당했을지 모르며, V10 소비자들은 G5를 보며 아쉬운 목소리를 냈을지도 모르겠다.
G4의 실패를 공식화하기만 했을 뿐, 아무런 후속 조치 없기 그냥 새로운 폰에 올인하는 엘지가 야속했고, 그러한 방향성은 V10의 실질적인 실패 이후 G5에서도 이어졌기 때문.
물론 나는 V10을 구입했음에도 G5를 구입한 바보가 되었다. G5는 출시 당일 24개월 약정으로 구매하고 말았고, 갤럭시S7 엣지는 한 달이나 지나서야 중고폰으로 구입했으니까. 그 정도로 G5에 거는 기대가 컸었다.
그런데 엘지가 이번에도 G5를 버리고 말았다. 프렌즈는 온데간데없고, 공식적으로 실패를 공언했으며, 그럼에도 화면 밝기 이슈, 배터리 최적화 이슈, 재질 관련 아쉬움, 추가 모듈의 실종 등등 다양한 아쉬움을 그냥 그대로 방치한 것이다.
과연 내가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다음 모델로 V20을 선택하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아이폰7이나 갤럭시노트7을 구입하는 것이 맞을까? 아마도, 다시금 바보짓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다른 선택이 가장 합리적일지도 모르겠다.
엘지의 조직 개편은 진짜일까?
예전부터 가장 궁금했던 점은, 엘지전자 내부적으로는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소비자들은 불편해하고, 판매는 늘지 않는 선택지들을 엘지만의 아이덴티티라며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서 말이다. 이를테면 소프트키처럼. 혹은 소프트키. 아니면, 소프트키?
사실, 개발자들만큼 다양한 스마트폰과 스마트 기기들을 사용해보며, 쓰임새를 연구하고 무엇이 단점이며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를 잘 아는 사람들도 없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많은 기기들을 다뤄보지만, 개발자들에 비하면 그저 마니아 수준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이렇게 직접 사용해보고 비교해보며 새로운 기기를 만들려는 개발자들이 소비자들의 의견에 귀를 닫을까 하면 그럴 가능성도 매우 낮았다. 개인적으로도 포스트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듣고는 계속해서 다듬고 발전해나가려 하기 때문.
결국 문제는 시스템이고 조직이다. 조직이 직원들의 솔직한 의견들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으니 다양한 목소리와 의견들이 반영되지 못하는 것이다. 수천 명에 달하는 엘지 직원들이 모두 바보일리는 없으니 그 편이 더 합리적으로 보인다.
엘지는 지난 7월 1일, 이례적으로 연중 조직 개편을 대대적으로 단행했고, G 시리즈와 V 시리즈의 수장을 새로 임명하며 기대감을 가져도 좋을 것처럼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등장하는 V20이 공개를 앞두고 있다.
그렇다면, G 시리즈를 맡은 수장은 무엇을 하고 있고,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출시 몇 달 밖에 되지 않은 G5를 포기하고서 G6에 올인하고 있을까? 물론, 지금쯤이면 G6에 대한 대대적인 개발에 들어가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이라면 G6는 결코 성공할 수가 없다. G3의 발열 및 성능 논란과 G4의 실패, G5까지 이어진 연이은 실패를 방치한 채 새로운 소비자들만 찾는 것이 목표라면 어쩔 수 없지만, 기존 소비자로서는 화가 나기 때문.
엘지가 정말 조직을 개편한 것이 맞고, 솔직한 의견을 반영해서 제대로 제품에 반영했다면 이번 V20에서 먼저 그것이 드러날 것이고, 짧은 시간 이내에 G5에 대한 제2라운드를 선보이기를 바란다. 최소한 그 정도는 해야 하니까. - MACGUY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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