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갤럭시 폴드가 출시된 지 한 달이 지나고, 접히는 폰이 일상이 되면서 특별함보다는 익숙함으로 바뀌는 것만 같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갤럭시 폴드 개봉기, 사용기, 후기를 봐왔지만 결론은 '직접 써봐야 안다’라는 것이었는데요.
폴더블폰은 마치 음식과 같아서 아무리 말이나 글로 설명해도 직접 써보기 전에는 장점과 단점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구입하기 전에는 장점일 것 같았는데 막상 사용해보면 단점인 것도 있고, 아쉽지 않을까 싶었는데 괜찮았던 부분도 있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오늘은 갤럭시 폴드를 직접 써봐야만 아는 점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1. 무겁습니다. 그런데 가벼워요.
갤럭시 폴드는 정말 무거워요. 조금 더 쉽게 표현하다면 묵직한데요. 사람은 눈으로 보는 크기와 손으로 쥐어지는 무게감을 함께 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그 점에서 갤럭시 폴드는 오히려 접었을 때는 묵직한 느낌이고, 펼치게 되면 제법 괜찮은 무게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절대적인 무게는 같은데, 이상하게도 접으면 더 묵직하고 부담스럽습니다.
#2. 외부 화면은 애매합니다.
갤럭시 폴드의 외부 화면은 사용률이 10% 미만인 상황인데요. 사실상 두 손을 쓸 수 있는 상황이라면 거의 항상 펼쳐서 사용했기 때문이죠.
수치상으로 화면의 크기는 제법 괜찮지만 세로로 길어서 컨텐츠가 거의 잘려서 보이거나 아주 작게 보이는데요.
그래서 웹서핑도 답답하고 앱 실행도 굳이 이렇게 해야 하나 싶은 거죠. 하지만 외부 화면이 있다는 점은 AOD를 비롯해 장점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선, 한 손 조작이 정말 쉽고 가로 폭이 좁아서 들고서 이동할 때는 오히려 휴대성에서 플러스가 되기도 합니다.
간단한 기능은 바로 쓸 수 있기도 하고, 펼치게 되면 너무 시선을 모으는 느낌이라면 오히려 접어서 몰래, 또는 신경 쓰이지 않게 무언가를 할 수 있어서 장점이 되는 거죠.
하지만 대부분의 '실사용'을 목적으로 할 때는 아쉬운 건 맞습니다. 차라리 세로로 엄청 더 길거나 가로 폭이 조금이라도 넓어졌어야 했어요.
#3. 힌지는 멋집니다. 유격만 빼면..
힌지는 정말 역대급입니다. 디자인적으로나 기능적으로나 흠잡을 곳이 없는데요.
소음도 거의 없고, 매우 부드럽게 열리면서도 기기 끝에 있는 자석으로 착 붙으니까 실수로 열리는 일도 없는 거죠.
삼성이 힌지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는 것은 한 번만 펼쳐봐도 느끼실 것 같은데요.
정말 부드럽게 열리고 착 닫히는데 그 압력이 정말 기가 막힙니다. 놀라울 정도로 잘 제어되어 있고, 실사용 시 편안함을 주는 거죠.
하지만 일주일 정도 지난 이후부터 아무런 외부 충격이나 자극이 없었음에도 갤럭시 폴드를 집어 들 때, 펼치고 접을 때 유격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화면이 100% 펼쳐지는 느낌이 아니라 98~99% 정도만 펼쳐지는 느낌이라 자꾸만 다시 펼치게 만듭니다.
누워서 사용하는 것도 아닌데 왜 애매하게 펼쳐지는지 모를 정도인데요. 아무튼 이런 사소한 것에 매우 신경이 쓰이는 저와 같은 분들이라면 갤럭시 폴드 2세대를 기다리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네요.
#4. 화면은 놀랍습니다. 2가지만 빼면
화면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우선 아주아주 매끈하고, 모서리 마감도 잘 되어서 부드럽게 이어집니다.
ONE UI와 만나면서 사용 경험도 달라졌고, 여기저기 디테일에서 신경 쓴 부분이 많이 보였습니다.
실내에서 쓴다면 중앙 부분의 접히는 곳은 신경 쓰이지 않는 정도이고, 굳이 손톱으로 누르거나 강한 자극만 주지 않는다면 흠집도 나지 않았는데요.
아쉬움은 화면 밝기와 엄청난 크기의 노치에 있습니다. 우선 화면 밝기는 같은 조건에서 아이폰과 비교하면 확실히 어둡습니다.
'수동 최고 밝기'를 기준으로 쨍하거나 엄청 화사한 느낌이 없는 거죠. 무언가 70% 정도의 밝기까지만 설정이 가능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혹시나 싶어 플래시를 조도 센서에 비춰보니까 제법 밝아지기는 하는데, 정작 이렇게 밝아지는 환경은 이미 주변광이 너무 심해서 밝기를 체감하기 힘들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결과, 야외에서 촬영할 때 중앙 부분에 굴곡이 너무 도드라져 보이고 화면은 어두워서 눈을 찡그리게 만드는 거죠.
노치는 갤럭시노트10과 다르게 전혀 다이어트를 할 생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나름 아이폰11의 노치처럼 아이덴티티는 부여해주지만, 그 이상은 아닙니다.
대화면이지만 노치가 거슬리고, 동영상을 봐도 어느 한쪽 모서리가 잘리기 때문이죠.
화면이 크고 넓어서 좋은데 16:9 영상이나 21:9 영상을 볼 때 언제나 노치가 걸리니까 노치가 없는 쪽으로 영상을 붙여두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는 점이 아쉽네요.
#5. 남겨진 이야기들
몇 가지 단점을 더 언급해보자면, 전원 버튼과 지문 인식 버튼이 별도입니다. 왜인지는 몰라도 이렇게 되어있네요.
차라리 갤럭시S10e처럼 지문 인식 겸 전원 버튼이면 좋았겠지만, 일을 두 번 하게 만듭니다.
자동 모드를 기준으로, 셀피가 아래로 오면 조도 센서를 가리고, 셀피가 위로 가면 스피커를 가려서 동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할 때 불편함도 있습니다.
특히 다른 폰보다 더 유분이 잘 묻을 뿐 아니라, 기기의 면적이 더 넓어서 그런지 여기저기 유분이 가득해집니다.
오랜만에 방수가 안되는 폰이라 태풍이 왔을 때, 비가 몰아칠 때 폰을 꺼낼 수가 없습니다. 특히 힌지 구조라서 물이 들어갈까 봐 더욱 걱정이 되기도 하고요.
물론 장점도 많습니다. 사용하다 보면 폰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대화면이기도 하고, 태블릿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제품이기 때문이죠.
특히나 사용할 때 펼치고 또 접어서 보관하는 과정이 무언가 세련된 느낌이고 소소하지만 큰 만족감을 줍니다.
이런 대화면을 펼쳐서 사용하고, 휴대할 때는 접어서 주머니에 쏙 넣을 수 있다는 점은 의외로 큰 만족도를 주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책을 읽거나 사진을 보거나 하는 경우 19:9 비율로 길어진 스마트폰과 다르게 꽉 찬 화면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단체 셀피를 찍거나 볼 때 상당히 유용하고 혼자서만이 아니라 두세 명이서 함께 보기에도 쾌적한 느낌입니다.
램이 넉넉해서 버벅거리지 않고, UX가 정말 잘 만들어져서 더욱 세련된 손맛을 전달해주는데요.
디자인적으로도 매우 기계적이고 단단한 느낌이지만 여성분들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느낄만한 포인트가 많았습니다.
적어도 아이패드 미니 정도의 태블릿을 사용했던 분들이라면 스마트폰 + 태블릿의 조합을 하나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요.
가격은 초기 제품일 뿐 아니라 새로운 폼팩터라는 점에서 충분히 이유가 있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6. 사세요. 사지 마세요.
이 제품은 모두에게 적합한 제품은 아닙니다. 100만원 전후의 가격을 가진 일반적인 플래그십폰이라면 그저 취향의 차이겠지만, 그렇지는 않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 제품은 가격을 감당할 수 있고, 새로운 기기에 관심이 많으며, 기기를 많이 사용하는 분들, 외부 활동을 많이 하는 분들에게 적합합니다.
휴대성을 더한 폴더블폰을 200% 활용하기에는 어딘가로 많이 이동하고 자주 사용하고 기능을 찾아서 쓰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가격이 상당히 부담스럽거나 대화면 태블릿을 사용하는 분들, 직접 운전을 해서 노트북이나 태블릿이 커도 괜찮은 분들, 대부분의 영화나 동영상은 대화면 TV나 빔, 극장에서 즐기는 분들이라면 애매합니다.
스마트폰이 접힌다는 것은 놀라운 변화이지만, 그렇다고 모두에게 이러한 변화가 동일한 가치를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전자에 해당합니다. 물론 가격은 다소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요즘 아이폰11 프로 맥스의 가격을 보자면 납득이 되기도 했는데요.
새로운 기기에 관심이 많고 자주 사용하며 외부 활동을 하는 분들이라면 정말 만족할만한 제품이 아닐까 합니다.
세상에 완벽한 제품은 없고, 단점도 있을 수밖에 없겠지만 1세대 제품으로서 이만한 완성도라면 충분히 가치는 있어 보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추천드리는 것은, 꼭 실물로 보시고 사용해보시고 나서 결정하시라는 겁니다.
갤럭시 폴드는 만져보기 전에는 100%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제품이니까요. - MACGUY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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