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은 유난히도 치열한 것 같습니다. 애플에 이어서 구글과 MS에서도 작정하고 만든 기기들을 선보였기 때문인데요. 기존의 시장 지배자였던 애플과 삼성을 밀어내고 한 자리씩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포문을 연 것입니다.
가장 먼저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전략폰인 갤럭시노트5를 선보인 삼성전자를 비롯해, 애플이 내놓은 아이폰6s와 더 커진 화면의 아이패드 프로, 그리고 넥서스라는 이름 대신 픽셀을 입은 픽셀C라는 이름의 독특한 구글의 태블릿도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넥서스5X와 6P는 그야말로 구매하고 싶은 매력을 가진 스마트폰으로서 합리적인 가격을 가지고 등장했고, 그 사이 MS는 지구상에 현존하는 가장 매력적인 투인원 컴퓨터를 선보였습니다. 완벽한 태블릿이면서도 동시에 완벽한 컴퓨터로서 작업하는 기기를 선보인 것이죠.
엘지전자는 절치부심으로 V10을 선보이며 시장 탈환을 목표로 하고 있고, 그 사이 샤오미는 30만원대 세그웨이를 선보이며 300만원이 호가하는 나인봇을 쭈꾸미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그야말로 가격 전쟁과 스펙 전쟁이 난무하는 스마트기기 시장입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완전히 외면당한 녀석이 있으니 다름아닌 아이패드 미니4입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이패드 미니 4세대 말이죠. 이 녀석은 아이패드 에어2의 스펙을 그대로 물려받으면서도 매우 가벼운 무게와 얇은 두께를 자랑하는 휴대성이 높아진 제품인데요.
새로운 아이패드 미니4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사실상 ‘전혀’ 관심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그저 연례 행사처럼 또 나왔구나 하는 분위기이고, 구매 목록이나 관심 항목에 올려두지도 않고 언론에서도 잠잠한데요.
새로운 아이패드 미니4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사실상 ‘전혀’ 관심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그저 연례 행사처럼 또 나왔구나 하는 분위기이고, 구매 목록이나 관심 항목에 올려두지도 않고 언론에서도 잠잠한데요.
실제 아이패드 미니4의 판매를 시작한 어제부터 포털 사이트의 뉴스나 SNS의 동향을 살펴봐도 어떠한 붐이나 관심이나 열풍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같은 날에 공개되었던 아이폰6s의 인기는 ‘없어서 못 파는’ 2초 완판폰이 되었음에도 말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아이패드 미니가 이러한 취급을 받게 된 것일까요? 어쩌면 애플의 선택과 집중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애플이 정말 아이패드 시장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고 판매를 늘리려 했다면 아이패드 프로만이 아니라 아이패드 에어3와 미니4를 함께 공개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애플은 오직 아이패드 프로에만 집중했고, 기대했던 아이패드 에어3는 내놓지도 않았으며, 아이패드 미니4는 심지어 가벼운 소개만으로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말 그대로 ‘프로’ 모델에 집중하겠다는 것이었는데요.
결국 애플 스스로도 어떠한 기대나 관심을 보이지 않은 제품인 만큼 소비자들도 큰 기대를 갖지 않는 것도 당연해 보입니다. 또한 실제로도 태블릿 시장은 크게 위축되고 있습니다. 지난 1분기 전세계 태블릿 판매량은 5180만대로서 2014년 1분기의 5670만대 대비 9%나 줄어든 역성장을 한 것인데요.
이 말은 태블릿 시장 자체가 한계에 봉착했으며 역성장으로 인해서 위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분기 기준 감소가 무려 10%에 달하는 것은 생각보다 큰 축소라며 태블릿 시장 자체의 위기론을 이야기하는 전문가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에는 다양한 원인들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패블릿의 성장세와 긴 교체주기, 사용자들의 필요성의 부재 및 다양한 이유들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애플이 아이패드 1세대를 내놓던 2010년과 비교해서 시장의 상황이 너무나 달라진 것입니다.
당시 스마트폰의 화면은 아이폰이 3.5인치, 다른 폰들도 모두 3인치에 머물러 있거나 겨우 4인치의 제품이 대세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당시로서는 아이패드의 화면 크기는 ‘혁신’ 이었고 새로움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거기다 레티나를 더하고 무게까지 줄인 아이패드의 등장으로 소비자들은 계속해서 지갑을 열게 되었는데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더 선명하고 화면이 더욱 커진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태블릿은 이도저도 아닌 시장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또한 한 번 구매하면 몇 년간은 사용하는 태블릿의 긴 교체주기도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매년 연례 행사처럼 소개되는 아이폰은 보란듯이 새로운 교체 수요를 만들어냈지만 아이패드는 그러한 바람을 불러오지 못한 것입니다.
결국 더 오래 사용하고, 어느새 스마트폰에 시장을 내줘버린 태블릿은 스스로 한계에 봉착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미 시장에 널리 퍼진 저렴한 태블릿을 비롯해서 대체 가능한 대안이 많다는 점, 또한 뚜렷한 구매 요인을 찾지 못한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는 것이죠.
이런 사실을 모를리 없는 애플이 선택한 것은 ‘또 다른 시장’이었습니다. 아이패드 프로는 그 제품의 특성상 어느정도의 인기가 있을지는 몰라도 ‘모두의’ 선택을 기대하는 제품은 결코 아닐 것입니다.
제품의 용량이 32기가/128기가라는 사실에서도 그러하고, 화면의 크기가 12.9인치로 거대하다는 점, 또한 생산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일반 소비자들이 아닌 기업과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한 제품임을 알 수 있습니다.
기존의 아이패드는 채워주지 못했던 아쉬움을 아이패드 프로를 통해서 대신 채우려 한다는 것이죠. 제 아무리 아이패드라고 하더라도 단순히 스펙을 높이고 두께나 무게를 줄인다고 해서 새로운 수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것을 애플도 알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올해는 아이패드 프로와 아이패드 미니4에 만족해야 하며, 그 결과 소비자들은 아이패드에 더욱 관심이 멀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패블릿과 화면의 크기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아이패드 미니에 관심이 가지 않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아이패드 미니4가 공개되었을 때에도 언론의 관심은 온통 아이패드 프로뿐이었고, 이후 MS의 서피스 프로4와 서피스북의 등장으로 여론은 모두 아이패드 프로 vs 서피스의 대결 이야기 뿐이었습니다.
시장에서도 관심이 프리미엄 시장으로 옮겨가고, 일반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에 열중하고 있는 것이죠. 구색이라도 맞추기 위해서 아이패드 에어2의 스펙을 그대로 물려받은 아이패드 미니4를 출시하기는 했지만 애플도 어느정도는 예상했을 무관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국내 판매가 시작되어도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고 이야기하지도 않는 아이패드 미니4, 어쩌면 올해를 기점으로 아이패드의 태블릿 시장 독주는 막을 내리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또 다른 카테고리의 제품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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