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가 돌아섰습니다. 어떤 긴급한 일이 발생하기라도 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비행기는 겨우 땅콩 하나때문에 회항했습니다. 대한항공 부사장의 갑질 논란이 일어난 시점이기도 했는데요. 규칙을 따르지 않았으니 이렇게 회항해도 된다는 논리였습니다.
이를 두고 전국민이 일어났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느냐며 말이죠. 이러한 갑의 횡포, 재벌 2세들의 이러한 행동은 더이상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언론과 네티즌들, 온국민이 들고 일어선 것입니다. 이에 대한항공 사장까지 나서서 사과를 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정말 이런것만이 갑의 횡포인 것일까요?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갑의 횡포
우리는 본격 '갑'과 '을'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가 아쉬울때면 언제라도 을이 되면서도 내가 한없이 풍부할때는 언제라도 갑이 되는 것입니다.
당장 식당을 가게 되면 어떠할까요? 우리는 식당 아주머니를 존중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비일비재한 갑의 횡포는 우리네 일상이 되어 있었고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었던 것입니다.
마트에 가서는 어떠하고, 도로를 거닐며 만나는 환경 미화원들이나 배달부들에게는 또 어떠하구요. 우리 스스로가 하고 있는 행동을 다시금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물론 땅콩 회항은 잘못된 것도 맞고, 전혀 옹호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먼저 갑의 횡포를 부리지 않을때 그러한 비난은 정당화 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땅콩 하나가 대한민국을 화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정말 땅콩 하나만의 문제일까요? ▼
사진 출처 : 플리커
내가 누군 줄 알고?
사회를 나가보게 되면 갑의 횡포가 얼마나 만연한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미 드라마 미생을 통해서 이러한 갑의 횡포나 다른 사람을 깔보고 무시하는 사회상이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를 다시금 느끼게 해주기도 했는데요.
내가 당하는 부당한 처사에 대해 올바른 목소리를 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을 깔보거나 자신이 그 사람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당장 환경미화원이나 청소부, 고층 유리닦는 분들이 없으시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돌아갈 수 있을까를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 편안한 집에서, 이불 속에서, 수도꼭지만 돌리면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는 삶을 사는 이유도 모두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누군가가 그 일들을 했기 때문임을 기억해야 하는 것입니다. '내가 누군 줄 알고?'라는 생각으로는 결코 사회를 바꿀 수 없음을 알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모두가 자신의 권리만 챙기려는 태도, 다른 사람의 가치나 인격은 무시하는 태도가 만연하는 한, 어디서도 땅콩 회항은 계속 발생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
사진 출처 : 플리커
니가 누구이길래?
내가 소중하고 내 가족이 소중하고, 우리 회사가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들도 다른 회사들도 딱 그만큼 소중합니다. 나를 지키고 싶고, 내 가족과 회사를 지키고 싶은 것은 당연한 마음이겠지만 그것은 올바로 표현될때에만 그러할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가치나 희생은 낮게 보면서, 내가 하는 희생과 노력만 생각해서는 결코 좋은 사회로 나아갈 수 없을 것입니다. 대한항공 부사장의 슈퍼 갑질만이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에 만연한 우리 모두의 모습을 돌아봐야 하는 것이죠.
당장 택배 하나를 시키고는 왜 택배가 늦느냐며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느냐며 전화 한통이 왜 없었느냐며 자신의 권리만 챙길 것이 아니라 왜 그 사람들이 그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지, 내가 어떻게 해서 단돈 2,500원에 서울에서 부산까지 배달을 받을 수 있는지를 다시 돌아봐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빚지고 있습니다. 내가 편하고 즐거운 만큼 다른 누군가는 그것을 위해서 더욱 많은 희생을 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하는 것이죠. 나만 높여서 생각하고 다른 사람은 인정하지 않을때, 우리 모두는 결국 대한항공 부사장과 다른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서로를 존중할때,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 존재가 되어주지 않을까요? ▼
사진 출처 : 플리커
땅콩 회항 논란, 결국 우리 모두의 자화상
바로 이런점에서 땅콩 회항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자화상일 것입니다. 다른 나라가 어떠하든 신경쓰지 말고 한국만 바라볼때, 이 문제는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것입니다. 국민성이 어떠한지, 그보다 먼저 나 자신은 어떠한지 하고 말이죠.
내 권리를 챙기지 않으면, 내가 큰소리를 치지 않으면 내 권리를 누군가가 빼앗아가는 세상이고, 목소리가 크면 그만이고, 주문하는 사람은 주문받는 사람 위에 있다는 생각. 이러한 생각이 우리 모두를 땅콩 회항으로 만들어 버린 것은 아닐까요?
지난 일본 대지진 당시 마트에서 물건을 고르다 지진으로 대피한 사람이 물건값을 치르기 위해 다시 마트로 돌아왔다는 이야기나, 지진으로 기름이 부족해서 한참이나 기다리다가 기름이 다 떨어져서 기름을 못넣고 돌아가자 웃으면서 다음날 다시 와야겠다는 사람이나, 우리는 분명 본받을 점이 많아 보였습니다.
물론 한국에도 여전히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또한 여전히, 자신이 최고라고 자부하며, 아주 조금의 권리도 놓치지 않으려 큰소리를 치는 또 다른 땅콩 회항이 있음을 꼭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안타깝지만 그 모습은 결국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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