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를 시행한다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서, 일선 서점들은 분주한 모습입니다. 현재 책의 재고를 밀어내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많은 가격 할인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도 편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될 경우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전공 서적이나 비싼 도서들을 구매하는데 있어서 부담이 더욱 증가되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시행하려는 도서정가제의 의도 자체는 좋습니다. 그러나 왜곡된 시장을 바로잡을 생각은 하지 않고 무조건적인 규제는 해답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도서정가제의 취지
예전부터 책 가격은 업자 마음이었습니다. 점차적으로 상승하더니 이제는 하늘 높은 줄을 모르게 높이 올라 있었는데요. 문제는 이렇게 올려두고는 가격을 할인하는 꼼수 아닌 꼼수를 부린다는데 있습니다.
마치 통신 시장을 보는 것 같은데요. 이러한 도서 가격 정책은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이익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꼼수'의 희생양이 되도록 만들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예를 들어서 정가 1만원짜리 책을 2만원으로 올린 다음, 40% 할인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엄청난 할인이 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기존의 정가보다도 더 비싼 가격에 판매가 되는 셈입니다. 판매량은 오히려 증가하면서도 말이죠.
이러한 꼼수가 출판시장 전반적으로 번지게 되자 그야말로 도서 가격은 하늘 높은 줄을 모르게 고공행진을 했습니다. 외국산 책들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볼 권리를 보장한 반면, 국내 시장은 달랐던 것입니다.
이제 50% 30% 할인은 결코 볼 수 없을지 모릅니다 ▼
칼을 잘못 꺼낸 정부
하지만 이에 대한 대안이라고 내놓은 것이 다름아닌 도서정가제입니다. 이러한 도서정가제는 할인율을 막아서 이러한 혼잡한 시장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로 풀이가 되는데요. 하지만 맹점이 존재합니다.
1. 비쌀 수 밖에 없는 책은 저렴하게 구매할 기회조차 없다는 것입니다. 대학 전공서적이나 해외에서 들여온 전공 서적들, 원래 가격 자체가 비싼 책들, 해외에서도 비싸게 판매되는 책들은 국내에서 저렴하게 구매할 길 자체가 막혀버린 것입니다.
2. 중소 상인들의 피해가 증가합니다. 동네 서점이나 대형 서점, 심지어 인터넷 서점까지 가격이 동일하다면 동네 서점들은 결국 고사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규모의 경제에서 더이상 내세울 것이 없어진 것 때문이죠.
3. 진짜 원인은 방관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시행한 단통법은 결과적으로 요금 인하 효과는 전혀 없었고 오히려 구매 비용 상승의 부작용만 가져왔습니다. 도서 역시 그러할 것입니다. 출판 업계는 더욱 얼어붙을 것이고 수익율은 떨어지고, 가격 역시도 내려가지 않을 것입니다.
2013년 출간 책은 50%, 2014 출간 책도 25%까지 할인하는 서점 ▼
직접 가본 도서정가제 시행 전 풍경
서점을 가보니 이번주의 50% 할인, 한정 할인, 특별 30% 할인 등의 문구가 눈에들어왔습니다. 물론 이전에도 이러한 정책은 시행했었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달랐는데요. 실제로 인터넷 서점에서는 책값을 그야말로 '밀어내기' 수준으로 깎고 있었습니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기 전에 가격을 다운시키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판매가 폭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소상인들의 동네 서점의 경우 같은 조건의 가격을 맞춰줄 수가 없어서 그저 바라만 보고 있으며 재고를 그저 떠안아야 할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또한 소비자들 역시 그러합니다. 이제는 더이상 1년 6개월이 지난 책이라고 하더라도 한정 50% 할인이나 30% 할인 등은 결코 만나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오래된 책이라고 하더라도 비싼 가격에 구매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매년 새롭게 발간되는 도서 역시 문제가 됩니다. 문제집이나 여러 전공 서적들은 매년 새롭게 나오게 되는데, 소비자들은 그 기회에 이전 년도의 책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불가능해진 셈입니다.
대형 서점들만 이득을 보는 구조
책은 어쩔 수 없이 구매하는 사람들은 계속 구매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학생들은 계속해서 문제집과 전공 서적을 구매해야 하며, 어린 아이들을 둔 부모들도 비싼 가격에 책을 구매해야만 합니다.
결국 국내 도서 시장은 전체적으로 고사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해외 구매로 눈을 돌린 국내 소비자들이 더이상 국내 도서 시장을 이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책을 구매하지 않는 비중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형 서점들만 전체적인 소비자들을 끌어안고, 인터넷 서점 등을 통한 대형 유통망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국내 소비자들이 '호갱'이 되는 것이죠.
이제 추가 쿠폰 할인도 불가능해지는 것일까요?
구매 금액에 따른 추가 할인도 만나볼 수 없을지 모릅니다. ▼
결국 모두가 피해자
결국 소수의 몇몇 기업들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피해자가 될 것입니다. 더이상 비싼 가격에 전공 서적을 구매할 수 없는 학생들은 전공책을 제본하는데 더 많은 열을 올릴 것이고, 동네 서점들은 폐업률이 더욱 증가할 것입니다.
물론 도서정가제가 올바로 시행되고, 출판사들이 나서서 시장 정화 작용을 통해서 가격을 '원래' 가격으로 모두 내린다면 이야기는 달라질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이미 출간된 수많은 도서들이 희생양이 될 가능성도 큽니다.
또한 출판사들이 과연 그렇게 해줄 것인가도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소비자들은 2만원에 판매되던 책이 1만원으로 '원가'가 내린다고 해서 구매하지는 않는다는 것 때문입니다. 어느새인가 원래 가격이 1만원으로 정해진다면 소비자들은 그 책의 원래 가치를 1만원으로 생각할지 모릅니다.
왜곡된 시장 속에서 오직 책값만 정상이 되기를 바라는 정부,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무작정 할인률만 제한하면 끝이라고 주장하는 정부. 그러나 소비자들은 이미 시작된 피해의 희생양이 되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정책을 이리도 급히 시행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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