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이 시행된 이후, 시장은 얼어붙었고 소비자나 판매자 모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장 판매를 해야만 생계 유지가 가능한 판매처들의 경우 이번 정책이 서민 죽이기가 아니냐며 울상입니다.
또한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을 바꿔야 하는 소비자들의 경우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구매를 하거나, 혹은 중고폰을 더 비싼 가격으로 구매할 수 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도대체 왜 이와같은 법이 시행되는 것일까요? 물론, 그 취지 자체는 좋을지 몰라도 그 과정이나 결과가 좋지 않다면 결국 나쁜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요?
소비자들이, 아니 국민 모두가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상공인들 역시도 이와같은 현실이 믿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 가운데서 단통법의 또다른 중심축인 통신사들만 웃고 있는 형국이 되어 버렸습니다. 방통위가 바라던 바로 그러한 모습인가요?
공감 없는 정책은 죽은 것
어떠한 정책을 내놓을 때 꼭 고려해야 할 것은 다름아닌 공감일 것입니다. 이러이러한 정책이 왜 필요하며, 어떠한 방법으로 시행될 것인데 예상되는 문제는 이러이러하지만 이점이 더 크기때문에 시행한다는 것이 있겠죠. 그러나 공감이 없는 정책은 죽은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결국 소비자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정부나 관리 당국에 대한 비난과 불만의 쓴소리만 커질 뿐입니다.
정부까지 나서서 이와같은 규제의 필요성이 있겠느냐 하고 의문을 제기할 정도입니다. 도대체 이와같은 족쇄로 온국민을 호갱님으로 만드는 이유는 무엇이라는 것일까요? 우선적으로 공감이 되지 않는 정책이었고, 시행과정과 이후의 문제점에 대한 충분한 토론도 없었습니다. 오로지 통신사를 위한 법이 되어버린 것이죠.
통신사만 웃게 만드는 단통법 ▼
고가 요금제에 치중된 할인 제도
우선 한번 따져보겠습니다. 고가 요금제를 사용하는 고객들의 경우 주로 어떤 층일까요? 어쩔 수 없이 고가 요금제를 사용해야 하거나 이미 돈이 많은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국민의 절대 다수는 가장 저렴한 요금제를 사용할 것이고, 인터넷을 조금 사용하거나 최근에 개통한 경우에만 어쩔 수 없이 6만원 이상의 요금제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예전 3G시절, 5만5,000원 요금제를 내놓았을때도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당시 4만원 초중반이었던 평균 이용료에서 1만원이나 더 올리려는 통신사의 생색이라면서 말이죠. 그런데 어느새인가 LTE로 넘어오면서 시장은 6~7만원대로 넘어와버렸고 이제 방통위가 말하는 단통법의 최대 할인을 받으려면 9만원 이상의 요금제를 사용해야만 합니다.
소비자에게는 많은 단점이 있는 정책, 통신사에게는 어떠할까요? ▼
현실적으로 97 요금제들이 있음을 감안하자면, 또한 세금이 제외된 금액임을 생각하자면 최소한 한달에 휴대폰 비용만 10만원 이상은 나가는 셈입니다. 그마저도 월별로 혜택은 모두 소멸되는 요금제를 말이죠. 4인 가족이 이러한 혜택을 모두 받는다면 한달에 스마트폰 요금만 무려 40만원이 넘는 셈이니 이것이 진정 소비자를 위한 것인가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죠.
가장 큰 문제는 고가 요금제를 써야만 최대 30만원을 약간 넘는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것이고, 그마저도 통신사에서는 제조사와 분할 분담을 해야 한다며 9만원으로 낮추고 있는 실정입니다. 결국 이전에는 누구라도 최소한 27만원은 받았던 할인을 이제는 최대한으로 받아봤자 겨우 30만원선인 것입니다. 이것이 호갱이 아니고 무엇일까요?
IT강국의 현주소를 제대로 보여준 정책 ▼
통신사의 주가가 오르는 이유
그렇다면 통신사의 반응을 보겠습니다. 우선 표면적으로는 어떠한 반응도 없습니다. 그냥 시키는대로 하겠다는 입장인데요,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누워서 떡 먹기보다 더 쉽습니다. 논리적으로도 결코 말이 안되는 정책을 시행하는 방통위 앞에서 통신사는 그저 가만히 앉아서 불구경이나 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죠.
통신사의 주가는 연일 오르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한번 생각해보겠습니다. 지금까지는 통신사가 점유율을 끌어모으고 1위 사업자가 되기 위해서 경쟁을 했습니다. 당연히 상대방에서 가격을 깎으니 자신들도 깎으면서 경쟁을 하게 된 것이죠. 독과점이었지마 그래도 싸게 사는 방법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경쟁이 무의미해졌습니다.
한국에서는 아이폰을 얼마나 비싸게 구매해야 할까요? ▼
방통위가 30만원으로 못을 박은 이상, 각 대리점뿐만 아니라 통신사들도 그냥 가만히 앉아있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오히려 경쟁적으로 보조금을 낮추고 있는 것이죠.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고, 누구라도 어떤 통신사라도 이용을 해야 하는데, 가만히 앉아있어도 소비자들이 사용을 해주는 겁니다.
이전에는 스마트폰을 교체하는데 비용을 지원해줬는데, 이제는 소비자들이 알아서 하게 놔뒀으니 통신사로서는 얼마나 더 좋은 일일까요? 5,000만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다가 단통법으로 사용자가 4,000만명으로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가입자들은 다달이 이용료를 꼬박꼬박 내고 있으니 가만히 앉아서 다 받아먹겠다는 겁니다. 이러니 통신사들은 가만히 앉아서 배를 채우고 있고, 소비자들은 행여나 고장이라도 날까봐 노심초사해야 하는 것입니다.
새 스마트폰 구매도 이제 힘들어질 것 같습니다 ▼
동네 편의점과 대형마트도 단속해야?
방통위의 논리를 한번 다르게 적용해보겠습니다. 누구는 인터넷 최저가를 찾아보고, 해외 직구까지 하면서 같은 제품을 최대 50% 이상 더 저렴하게 구매합니다. 그러는 사이 누구는 백화점에 가서 마진이 더 붙은 비싼 가격에 구매를 하고, 또 누구는 편의점에서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구매를 하고, 또 누구는 대형마트에서 소폭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를 하는 것이죠.
누구는 이리저리 발품을 팔아서 저렴하게 구매하고, 또 누구는 편의점에서 같은 제품을 정말 비싸게 구매를 하니 이것을 정부가 규제하는 겁니다. 이제 해외직구는 불가능하고, 국내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정가를 지정해서 10% 이상 할인판매를 못하게 막는 것이죠. 이게 바로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단통법의 논리인 셈입니다.
모두가 같은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며 책 가격까지 제한을 가하고 있고, 할인률도 관리하고 있습니다. 당장 책에 대한 수요가 폭락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고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을 기피할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제는 이와같은 제한을 스마트폰까지 확대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단통법 시행의 최대 피해자는 다름아닌 삼성 ▼
실질적인 가격 인하 효과는?
그렇다면 생각해봐야 할 것은 방통위가 말하는 가격인하 효과인데요. 이것은 이미 물건너갔습니다. 방통위 스스로 제한을 걸었기 때문이죠. 생각해볼까요? 9만원 이상에 30만원 할인입니다. 그렇다면 통신사는 9만원 이상을 주력으로 하려고 하지, 가격 인하로 경쟁을 하려고 할까요? 결코 그럴 일은 없습니다.
결국, 방통위가 말하는 요금 인하 효과는 무의미한 것이고 비논리적인 것이 되어버리는 셈입니다. 통신사들이 알아서 자체적으로 요금을 할인해주겠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억측일 뿐이고, 오히려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는 2년 이내에 해지할 경우 위약금으로 모두 토해내도록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요금제에서는 6만원으로 소개하고는 15,000원을 할인해줍니다. 한달에 내야 하는 돈은 결국 세금 포함 51,000원인데 다음에 반납해야 하는 위약금은 할인금액을 기준으로 합니다. 똑같은 서비스, 같은 혜택을 주면서 왜 요금을 51 요금제라고 하지 않는 것일까요?
요금제에 세금을 기본적으로 포함해야 하고, 할인으로 생색을 내는 것이 아니라 선할인된 가격으로 요금을 고지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 아닐까요? 가격인하 효과는 없고 오히려 가격인상 요인만 가득한 요상한 정책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통신사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보호책, 소비자는?
가장 큰 문제는 선량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것입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아이폰6를 2년 약정에 무료로 판매한다며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2년 약정을 해봤자 10만원도 할인되지 않습니다. 통신사를 위해서는 할인반환금이니, 위약금이니 갖가지 제도를 시행하면서도 소비자를 위한 보호책은 전무합니다.
분실시에 휴대폰을 새로 개통해야 하더라도, 심각한 고장으로 어쩔 수 없이 교체를 하더라도, 원래 저렴한 요금제만 사용하는 소비자도 어떠한 혜택도 기대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죠. 2년동안은 죽었다 생각하고 통신사의 입맛에 맞춰줘야 하는 것입니다.
단통법 시행 이후, 시장은 산산조각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을 골라서 가야할 이유도 없고, 지금처럼 많은 매장이 난립할 이유도 없습니다. 어디를 가더라도 국민 모두가 호갱이 되는 현실 앞에서, 한 가게 걸러서 한 매장이 있을 이유는 없으니까요. 물론 소비자를 바보로 만들던 오프라인 매장들도 이번 기회에 정신을 차려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정보유출에, 해킹에, 단통법까지.. 이제는 IT후진국으로 불려야 할 것 같습니다 ▼
하지만 오직 대기업인 통신사만 배를 불리는 정책은 국민들로부터 비난만 받을 뿐이라는 사실을 꼭 기억하기 바랍니다. 통신사를 위한 갖가지 보호책, 단 돈 1원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노예 약관들, 그럼에도 국민을 위한 법이라며 국민 누구라도 같은 혜택을 받게 해주겠다며 온국민 호갱 만들기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계신 방통위는 꼭 기억하기 바랍니다.
소비자들도 더 이상 바보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죠. 국민을 호갱으로 보는 방통위라면 필요없습니다. 방통위의 존재 이유가 무의미해지는 정책을 내놓은 순간, 방통위를 없애야 할 이유가 되기 때문이죠. 영업정지로 6,000억원에 이르는 수익을 통신사에 가져다 주고 팬택을 무너뜨렸습니다. 이제 단통법으로 누구를 더 죽이려는 것인가요? 다음은, 이 다음은 방통위 차례가 되었으면 합니다. 존재 이유가 없는 방통위가 없어질 차례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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