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는 서서히 자살하는 것'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매일매일 조금씩 자살하는 것이죠. 그래서 이 글 역시 담배 자체를 옹호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불편한 진실은 속 시원히 밝혀야 한다는 생각 역시도 변함은 없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담배를 피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시행하는 담뱃값 인상의 취지만 놓고 보자면 '올바른 방향'인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 시기나 목적, 시행 방법에 있어서는 분명 잘못된 점들이 많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왜 그러한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국민 건강이 '최대' 이유?
정부는 속 시원히 말하지 못합니다. 담뱃값 인상을 놓고서 그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서라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정말 정부가 바라는 것이 국민 건강의 증진일까요? 정말 그랬다면 담배에 대해서 보다 강력한 조처를 취했어야 했습니다.
세계 최초로 담배 판매를 금지한 국가 부탄과 같은 정도의 강력한 조치는 아니더라도, 보다 강력한 금연 대책을 시행하는 것이 합당한 과정이 아닐까요?
그러나 정부는 담배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을 뿐, 정작 국민 건강 증진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담배 장사는 '돈'이 됩니다 ▼
사진 인용 : 플리커 <Andreas Øverland>
심리적 저항의 마지노선 '2,000원'
실제 담뱃값 인상으로 금연 효과를 보려고 했던 일본의 경우를 보더라도 실제 판매량은 줄어들지 않았고 애연가들은 그저 담배를 피는 양과 횟수를 줄였을 뿐, 여전히 소비는 계속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단계적인 가격 인상은 '금연 효과'를 바란다기보다는 그저 '물가 상승' 정도에 그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자동차 업계가 매년 가격을 인상하더라도 심리적 마지노선 내에서 인상할 경우 소비가 지속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입니다.
물론 2,500원이었던 담배 가격이 거의 2배에 이르는 4,500원대가 되는것은 큰 변화인 것은 분명할지 몰라도 이정도로 담배를 끊겠다는 사람보다는 그저 양과 횟수를 줄이는데 그친다는 점을 생각해야 하는 것이죠.
심리적인 저항의 마지노선인 2,000원을 인상해서 오히려 세수를 증대하고 담배회사의 수익만 올려주는 모양새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정부는 물가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이라는 패를 꺼내기도 했습니다.
왜 2,000원으로 정해졌나?
요즘 식사 한 끼는 보통 7,000원을 넘어서고, 커피 한 잔의 가격도 6,000원을 넘나들고 있습니다. 심지어 과자의 경우도 1,000원 아래의 제품은 찾기도 힘들 정도인데요.
보편적인 소비 가격대가 5,000원 이상이 된 것입니다. 결국 국민들은 밥을 먹을때도 10,000원짜리 지폐가 필요하고, 과자 몇개와 음료수 몇개면 10,000원은 너무나 쉽게 깨지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5,000원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은 비싸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구매하지 못할 정도의 가격은 아닌 것입니다. 어쩌면 커피 한잔보다도 저렴한 가격으로 담배 구입이 가능하다며 합리화를 할 수도 있는 가격인 셈이죠.
담배를 피우는 횟수나 양을 줄이면 충분히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여기게 만드는 가격이 다름아닌 4,500원인 셈입니다. 결국 정부는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대의적 명분도 챙기고, 뒤에서는 추가 세수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건강을 담보로 담배 장사를 하는 정부 ▼
최저임금은 '찔끔' 간접세 인상은 '성큼'
과자의 가격이 최근 몇년 사이 얼마나 인상되었는지를 살펴본다면 깜짝 놀랄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마나 비싼지 바다를 건너온 해외과자가 양이나 질이나 가격면에서 비교우위가 있을 정도이니 말이죠.
유류세 역시 그러합니다. 언제 급변할지 모른다며 정부는 유류세를 여전히 예전과 동일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결과 1400원대로 내려앉은 기름값에서 900원 이상이 세금으로 나가는 형국이 된 것입니다. 결국 세금이 기름값의 추가 인하를 막은 모양새입니다.
최저임금도 그렇습니다. 호주에서는 빅맥을 먹기 위해 18분만 일하면 되지만, 한국은 42분 이상을 일해야만 합니다. 절대적인 비교는 힘들지 몰라도 국내의 최저임금은 사실상 '기업'만을 위한 정책이 되어 버렸습니다.
결과적으로 간접세를 더 걷어서 정부의 곶간을 채우려 하는 모양새입니다. 과자가격이 올라도 높아지는 간접세, 유류세로 폭리를 취하는 간접세, 그러면서도 동시에 터무니 없이 낮은 최저임금과, 사실상 손해를 보며 제공하는 전기, 수도 등으로 기업들에게 특혜를 제공하는 정부.
이러한 모습이 과연 정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국민 건강이 우선이라면서 의료 민영화를 진행중에 있고, 국민 건강이 우선이라면서 각종 유해물질로 범벅이 된 기업들을 상대로 한 규제는 느슨하기만 합니다. 정말 아이러니한 모습입니다.
담배는 간접세로서 결국 서민 증세가 될 뿐입니다 ▼
결국 서민 부담 증대시키는 '서민 증세'
담배 가격 인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사장일까요? 아니면 회사원일까요? 전반적으로 가난한 사람에게 더욱 큰 부담이 되는 것입니다.
결국 돈이 많은 사람에게 가격 인상은 전혀 '건강 증진'과는 관련이 없고, 오히려 돈이 없는 사람에게만 부담이 되는 서민 증세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가격을 인상한 담뱃값을 통해서 정부의 곳간만 채우고 있는데, 그 방법에 있어서 결국 서민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방향으로 전환되었다는 것이 진짜 문제의 핵심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서민 부담을 증대시키는 이러한 담뱃값 인상, 이로 인한 세수는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는 것일까요?
왜 2,000원으로 정해졌는지를 깊이 고민해봐야 합니다 ▼
세금만 74%, 어디에 사용되나?
2,000원이 인상된 담배 가격 가운데 세금은 무려 3,300원에 이릅니다. 비율로는 74%인데요. 과연 이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 것일까요? 현재로서는 정확히 공개된 자료가 없습니다.
바로 이것이 문제입니다. 이렇게 해서 증대되는 세수는 대략적인 추산으로만 2조 8,000억원. 그리고 연금 손실분은 아니러니하게도 2조 9,000억원으로 거의 비슷합니다.
담배 가격을 인상해서 더해진 세수가 어디에 쓰이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말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목적에 맞게 사용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이를테면, 흡연 장소를 더 많이 제공해서 일반 시민들이 담배로 인한 피해를 받지 않도록 함과 동시에 흡연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안도 필요할 것입니다. 또한 늘어난 세수로 흡연자들을 위한 정기 검진과 치료에도 사용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결국 늘어나는 세금은 알 수 없는 곳에 쓰일 뿐입니다 ▼
정부 곳간을 채우기 위해 희생된 흡연자들
결과적으로 볼때 흡연자들은 나서서 정부의 빈 곳간을 채워주고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것도 스스로 원한 것도 아닌 간접세로서 말이죠.
흡연이 좋지 않고, 끊는 것은 분명 좋은 것입니다. 그러나 흡연자들도 분명 스스로 좋아서, 원해서 하는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나서서 진짜 제대로 된 금연 방법을 알려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사실상 정부는 일정한 수준 이상의 흡연자들이 계속해서 존재하기를 바랄지도 모르겠습니다. 청소년들에게 향하는 담배를 원천 차단할 강력한 방법도 시행하지 않고, 그저 야금야금 인상하는 가격으로 부담만 증대시키는 방법으로 말입니다.
정부 곳간이 비어감에 따라, 이제는 술에도 국민 건강을 담보로 가격 인상을 기획중이라는 이야기가 퍼지고 있습니다. 정말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는 몰라도, 이런 방식은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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