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에어2가 공개되었습니다. 당연하겠지만 아이패드 미니3도 함께 공개되었는데요, 다소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아니, 이게 정말 아이패드 미니3? 라고 말이죠.
사실 키노트 발표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아이패드 미니3가 이렇게 처참하게 무너질 줄은 몰랐습니다. 애플이 아이패드 미니를 버렸다는 것이 아니라, 비중을 대대적으로 축소한 것입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어쩌면 애플은 소비자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습니다. 아이패드 에어2로 관심을 끌었다고 충분하다고 생각해서일까요? 아니면 다른 비밀이 숨어있는 것일까요?
아이패드 에어2 공개, 환호성의 시작
사실 아이패드 에어의 전반적인 디자인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대체적으로 예상하고 있었고, 소소한 스펙의 변화와 두께의 변화 정도로 그칠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공개된 아이패드 에어2는 전혀 달랐는데요.
연필 한자루를 내놓더니 그것을 레이저로 잘라버립니다. 연필 '만큼' 얇았던 아이패드 에어가 이제는 연필 '보다' 더 얇은 아이패드 에어2로 진화했음을 제대로 각인시키기 위함이었을 것입니다.
보란듯이 아이폰6보다 한단계 위에 서 있는 제품임을 알려왔고, A8X 프로세서를 통해서 더욱 빠른 처리가 가능하게 한걸음 더 올라섰습니다. 이미 지난해 아이폰5s보다 더 빠른 처리속도를 가진 아이패드 에어보다도 40%나 더 빠르고 250%나 더 향상된 그래픽을 가진 것입니다.
더 얇게, 그리고 더 강력하게, 하지만 여전히 10시간의 플레이타임을 충실히 고수하는 제대로 된 '역사상 가장 얇은' 타블렛을 내놓은 것입니다. 그리고 가격은 역시나 이전 모델과 동일했습니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자면 아이패드의 가격은 매년 내린 셈입니다.
이번 이벤트의 주인공은 아이패드 에어2 ▼
사라져버린 아이패드 미니3
그러나 아이패드 에어2를 공개했지만 여전히 아이패드 미니3는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언제쯤 발표하려나 했더니 아이패드 에어2의 가격을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흠... 아이패드 미니3는 얼마나 대단하기에 뒤로 미뤄뒀나 하고 시간을 보니 이미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아이맥도 발표해야 할텐데.. 하는 순간 달랑 던져진 슬라이드 한장에 아이패드 미니3가 모두 담겨 있었고, 순간 눈을 의심했습니다. 터치 아이디를 추가한 것을 제외하고는 아이패드 미니3는 아이패드 미니2와 정확하게 '일치' 했기 때문입니다.
눈을 의심하게 만든 아이패드 미니3 발표 ▼
정말 애플이 왜 이러나 싶었습니다. 그러나 더욱 놀란 것은 아이패드 미니2의 가격이었는데요, 아이패드 미니3와 스펙은 동일하고, 터치아이디만 없을 뿐인데 10만원 이상 더 저렴합니다. 즉, 터치 아이디의 몸값이 무려 10만원이 넘는 셈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아이패드 미니3의 풀 네임은 '아이패드 미니 with Touch ID'입니다.
애플은 소비자를 너무 몰랐던 것일까요? 이렇게 된 이상 아이패드 미니 2가지 모델 중에서 고르라면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아이패드 미니2를 고를지도 모릅니다. 같은 값이라면 아이패드 미니2의 용량을 올리겠지요. 도대체 애플은 왜 이런 것일까요?
아이패드 미니2 스펙 + 터치 아이디 뿐이었습니다 ▼
소비자를 위해 바보가 된 애플
한달 전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애플은 보다 더 큰 규모의 홀에서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를 발표합니다. 당연하겠지만 엄청난 환호가 있었고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온 이야기들, 아이패드 미니는 이제 어떡하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소비자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아이패드 미니의 스펙이 어떠하든, 터치 아이디를 달고 더 얇아지든 어떠한 스펙을 달든, 아이패드 에어보다는 아래급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미 소비자들의 손에는 패블릿이나, 아이폰6 플러스가 쥐어져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합니다.
그래서 애플은 아이패드 미니의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선택한 것입니다. 즉, 아이패드 미니3는 마이너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내놓고 아이패드 미니2의 가격을 한화 기준 36만원으로 내린 것입니다 (참고)
결과적으로 아이폰6 소비자들도, 아이패드 미니2를 미니3와 동일한 스펙으로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것입니다. 스펙으로도 구매욕구를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것을 가격으로 이뤄낸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또다른 이유가 숨어있습니다.
가격도 스펙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애플, 아이패드 미니2의 경쟁력이 올라갔습니다 ▼
상향 평준화된 시장, 애플의 전략은?
이미 전자기기 시장은 상향평준화가 심각할만큼 진행되었습니다. 모두가 원하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선명하고 얇은, 그리고 빠른 제품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애플은 스펙이 다가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아이패드 시리즈가 좋기는 해도 비싸서 구매하지 못했던 소비자들이 있었다면, 이제는 아이패드 미니3와 동급의 스펙을 가진 아이패드 미니2를 부담없는 가격에 만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소비자를 위해 바보가 된 것이죠.
결과는 예상대로일 것 같습니다. 애플은 철저한 시장 분석 이후 제품을 내놓습니다. 아이폰6가 절묘한 시기에 시장에 나오면서 시장에 일대 파란을 일으킨 것처럼, 아이패드 역시 그러합니다.
아이패드 에어2는 동급의 타블렛을 찾지 못할 정도로 갭을 벌려서 프리미엄 시장을 제대로 노린 다음, 아이패드 미니2의 가격을 확 낮춤으로 저가 제품 시장까지 독식하려는 것이죠. 아이패드 미니 스펙 보기 (참고)
이미 스펙의 정점을 찍은 애플, 이제는 가격으로도 시장을 잠식하려 합니다 ▼
마케팅의 천재 애플의 라인업
한번 살펴보자면, 이제 내년 초 그러니까 2015년 상반기에 손목에 찰 수 있는 웨어러블인 애플워치가 출시됩니다. 그리고 손에는 아이폰6나 아이폰6 플러스를 가지고 있도록 만들 것이고, 가방에는 아이패드 미니나 아이패드 에어가 들어있겠죠.
사무실로 가게 되면 맥북 프로 레티나로 업무를 보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아이맥 5K로 작업을 이어서 하거나 맥 프로로 초고사양 작업을 할지도 모릅니다. 물론 맥북 에어를 휴대하며 사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애플은 손목 위의 웨어러블부터 맥 프로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전방위적인 라인업을 구축했고, 이제 애플워치부터 아이팟을 거쳐서 아이맥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품의 '레티나'화를 실행했습니다.
아이패드 미니3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는 극악으로 치달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아이패드 미니2의 수요는 늘어나고 애플의 생태계는 더욱 커질 것입니다. 소비자를 몰라도 너무나 몰랐던, 아니 모르는 척 했던 애플의 마케팅 전략이 더욱 놀라운 이유가 아닐까요?
글이 마음이 드셨나요?
[공감]은 더 좋은 글을 쓰는 데 힘이 됩니다^^
' Apple > iPad'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패드 에어2를 휘어봤습니다. ▶ [동영상] - 밴드게이트 논란의 진실 (1) | 2014.10.27 |
---|---|
넥서스9이 아이패드가 될 수 없는 이유 - 아이패드 에어2의 장점은 두께가 아니다. (4) | 2014.10.17 |
아이패드 에어2 공개보다 소름돋은 가격 정책, 안드로이드 날려버릴 진짜 무기 (0) | 2014.10.17 |
아이패드 에어 vs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 [게임편] 동영상 사용기, 타블렛으로 게임을 한다는 것. (0) | 2014.10.12 |
아이패드 에어 vs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 [동영상편] 사용기, 유튜브를 보기좋게 담다. (0) | 2014.10.11 |
IE9 이상으로 브라우저를 업그레이드하거나, 크롬, 파이어폭스 등 최신 브라우저를 이용해주세요.